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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5. 09:38 - 독거노인

영화 <나는 경제저격수였다>


원래 EBS에서 하는 <가자-스테롯 전쟁 전의 기록>만 보고 잘려고 했는데, 다음 프로가 나의 관심 부분인 경제이야기라서 피곤하고 졸린 상태에서 멍하니 보게됐다.

세계 2차대전이후부터 미국이 제국주의 건설을 위한 지속적 노력의 일환으로 경제저격수들을 활용한다. 이들은 미국의 경제 이익을 위해서 자원이 풍부한 나라를 대상으로 '작전'을 펼친다. 이 작전을 펼쳤던 경제 저격수중의 한명이었던 존 퍼킨스라는 사람이 나와서 자신의 과거 행동을 뉘우치면서 그가 행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털어놓는다. 

미국이 군사적, 경제적 패권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건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무시되어왔던 부분중의 하나다. 특히 80년대 남미에 대한 미국의 공작과 경제파탄의 결과로 종속이론이 흥하던 시절에 우리나라 운동권에서 도입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일반적인 대중들의 눈에는 그저 좌파들의 흑색선전으로만 떠돌던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남미의 많은 대통령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미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암살당했으며 이 배후가 CIA로 지목됐던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이를 이 영화가 증언하고 있다.

미국의 옆동네라는 이유만으로 공산주의 혹은 좌파 정권이 들어서는걸 지켜볼 수 없었고 자국의 인민들을 위한 정책을 사치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남미의 불운과 결국은 돈과 위협에 굴복하고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받아들여 외환위기속에서도 자신만의 영달을 추구했던 타락권력은 우연한 산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경제저격수들의 활동과 CIA를 대표하는 자칼이라는 인물들의 배후가 그 역사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경제와 정치는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거대 자본이 정치를 잠식하고 그 뒤에서 전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자신의 탐욕을 마음컷 드러내며 포식거리를 찾는 것은 특정 남미 지역만에 한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IMF 같은 국제 금융 조직의 존재 이유가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하나의 일개 부서와 다를바가 없기 때문에 IMF를 겪었던 우리나라 실정에서 다르게 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 도입부분에 TV에서나 나오는 재연극 같은 장면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있어서 질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좀 더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수 있는 장면들을 더 삽입할 수 있었을텐데 재연 배우들이 등장해서 오히려 그 밀도감을 떨어트리고 있는것 같다. 이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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