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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4. 08:51 - 독거노인

<미시사의 즐거움>


두번째로 읽는 미시사 책이다. 이 책은 7편의 논문을 엮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치즈와 구더기> 같은 하나의 주제에 깊게 들어간 책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 있는 일반 평민들의 삶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미시사를 읽는 즐거움은 역사 속에 존재했던 개개인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서, 어찌보면 우스꽝스럽고 어찌보면 기이하게 보일 수 있는 그들의 삶속으로 스며들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역사책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사전을 중심으로 요동치는 일반성을 기술한다면 미시사는 역사 속 존재했던 평범한 필부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충만한 역동성을 역사라는 단어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개인의 삶이 만들어내는 층위의 그물들이 얼기설기 엮이면서 이루어지는 역사라는 복잡 다사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고 있건 이미 과거속에 존재하는 인물이건 우리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하나의 조그만한 존재에 지나지 않지만, 이름없는 인민이 존재하기 때문에 위대한 역사가 존재하게 되는 필수 조건이 되지 않겠는가.

독일의 한 지방에 남아 있는 기록을 뒤져서 농민들 -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소작농들 - 이 과연 글을 얼마나 제대로 읽고 쓸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이 역사가들이 논쟁하는것처럼 과연 지주들에 종속된 존재인가 아니면 父子간의 연결고리와 같은 연대감으로 맺어진 존재인가 등을 탐구한다. 특히 재미있는 주제는 라틴어를 배운 재단사가 한번도 반한적이 없는 아내로부터 10명의 자녀를 낳고 3번의 결혼을 거친 과정을 자선전으로 남긴 부분을 탐구하는 영역은 재단사가 만든 허풍이 너무 인간적이어서 상당한 재미를 던져준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미시사들 연구가 이루어져서 우리가 몰랐던 일반 인민들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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