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깊숙히 스며들어 있는 비애란 어떤 것일까. 작가가 태어나면서부터 느끼는 이스탄불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비애감. 이것은 작가가 태어나기 이전에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던 한 국가의 쇠락에서 시작되는 슬픈 자존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때는 유럽에는 거대한 재앙과도 같은 존재가 서서히 몰락하여 제국의 영화와 부귀는 모두 빼앗기고 이제는 유럽 강국들의 등살에 시달리는 비루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은 서서히 부식되어가는 도시의 모습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비애감이 도시 여기저기에서 감지되고 이스탄불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느낄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슬픔을 베어물은 작가의 모습과 동일할 것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서서히 기울어가는 가세와 어머니와 아버지의 잦은 불화, 결코 이길 수 없는 형에 대한 컴플렉스와 애정 그리고 자신의 첫사랑이 떠나가버린 비애감. 이 모든것이 터키의 위대한 작가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는 비애다.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엽에 늘어선 오래된 목조 건물들. 시간의 흔적에 까맣게 바래고 때때로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릴때면 이스탄불에 커다란 축제와도 같은 구경거리가 되곤했던 이 모습에서 자족적인 절망과 애정이 묻어난다. 무너져버린 사원들, 떠나버린 롬들의 집. 방치된 유적들. 이 모든것이 모여서 이스탄불을 이루고 있다. 유구한 역사의 흔적들이 몰락하는 제국의 그림자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건, 1950년대의 이스탄불을 상상할 수 있도록 곳곳에 삽입된 오래된 흑백 사진들이었다. 위대한 예술사진이 아니어도 혹은 작가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어도 좋은 이 낡은 흑백 사진속에서 아스라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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