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가 보고 싶어하는 장소중의 하나의 쿠바다. 쿠바는 체게레바의 혁명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색과 공간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나에게 각인된 쿠바는 남미의 어느 나라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색채를 보여주고 오랜 독재의 잔재 때문에 피폐해진 삶보다는 오래된 시간이 멈춰줘 버린 낯선 공간과 같은 환상을 가지고 있다.
이 쿠바에 아주 오래전에 이주한 한인들이 살아 남았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조선말기 해외로 이주한 한인들. 그들의 3세대 후손들이 살아 남아서 그들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쿠바에 살고 있다. 감독 송일곤이 잡은 그들의 모습에는 한인으로서라기 보다는 쿠바속에 존재하는 혼혈문화속의 한인 모습에 가깝다고 하겠다. 이미 손자뻘 세대는 한국인이라고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어렴풋이 보일뿐 오히려 쿠바인의 모습에 더 가깝게 보이고 한국어는 그들에게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에게조차 발음하기 힘든 언어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점중 하나는 급격한 감정의 물결을 타거나 남미 한가운데에 존재하는 강요된 시선같은게 존재하지 않는다는거다. 이민 세대는 이미 저물었고 그들의 자손이 쿠바에 남아서 그들만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은 쿠바속 한국인일까 아니면 다민족 국가속 쿠바인일까. 이 질문은 우문일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조선은 가슴속에 영원히 하나로 남을거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천개의 사람, 하나의 사랑"처럼...
감독 송일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의 단편 <간과 감자>를 보면서다. 특이한 영상과 줄거리라고 기억된다. 대학로에서 그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말 좋은 감독 하나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걸로 인연은 끝이었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송일곤 감독의 영화들이 상영되도 무심히 흘러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 때의 감정은 되살아나지 않았고 서서히 잊혀지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의 춤>을 보면서 그때의 감정이 헛된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각인한다. 앞으로 어떤 영화들을 선 보일지 모르지만 감독을 향한 나의 시선만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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