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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8. 09:49 - 독거노인

영화 <유령작가>


영화의 도입부분에 나오는 섬의 활양한 풍경은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 같다. 메마른듯한 황량함과 가끔 미친듯이 몰아치는 비바람은 이 영화가 나아가는 방향의 암묵적인 예시 같아 보인다.

유령작가가 전영국수상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서 섬에 도착했을 때의 이 풍경들은 창백한 화면을 보여주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조여오는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한몫을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지 않지만 그 인물들마다 자세한 설명이 없다. 단지 같은 상황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과정만이 보인다. 

유령작가가 자서전 속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둘 찾아내면서 주위에 어느 누구도 자신의 편인지 혹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편인지 알수가 없다. 그런데 왜 유령작가는 루스랭에게 그렇게 친절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점점 옥죄여오는 공포감으로 누군가를 애타게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루스랭은 자신의 입으로 이야기한것처럼 클라이언트이고 그녀가 진정 그를 원한것인지 알 수 없을 상황이었다. 단지 그녀는 유령작가를 몸으로 유혹하는 불행한 여인일지도 모르는 상황.

이 영화는 서스펜스의 영화답게 마지막에 영화적 반전을 두고 그 반정을 향해서 이러저리 비틀거리면서 휘몰아 간다. 이 노도속에서 관객은 서서히 그 서스펜스를 즐기면서 옥죄여오는 스릴감을 맛볼거다. 덕분에 영화를 보면서 히치콕을 연상했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정도의 박진감까지는 이 영화가 이끌고 가지는 못했다고 본다. 

영화에는 어떤한 잔인한 장면도 없고 극적인 화면 구성도 없다. 하지만 유령작가와 루스의 관계가 복잡해지면질수록 영화속에 존재하는 스릴감도 더욱 긴박감을 높인다.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섬의 배경처럼 쏟아지는 비바람속에 창백하게 등장하는 모래언덕들 위로 불어닥치는 모래바람 혹은 비바람처럼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가는 의문들 덕분에 영화가 재미있어지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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