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난 후 찾아본 이란의 현대사중 70년대는 우리나라의 현대와 많이 닮아 있다. 70년대의 이란은 친미 성향의 왕정이 들어서 있었고, 사바크를 이용한 비밀경찰들의 탄압이 횡행하고 있었다.
테헤란의 더위를 피해 올라간 지붕위에서 오히려 뜨거운 첫사랑이 시작된다. 책속에 등장하는 테헤란의 거리는 정겨움이 묻어나는 거리다. 뜨거운 햇살아래 아이들이 뛰어놀고, 골목마다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그런 정겨운 골목길이다. 이 정겨움속에 묻혀 있는 옆집 소녀의 아름다움이 파샤의 눈을 지배한다.
아직 구시대적인 관습이 남아 있는 이란에서 친구 아메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얻기 위해서 적극적인 구애를 벌인다. 아메드와 사랑에 빠진 파히메는 이미 결혼 상대가 정해졌지만, 아메드의 적극적인 사랑에 반해 아메드의 연인이 된다. 어쩌면 자신만의 길을 찾기 시작한 새로운 세대의 사랑 방식일 것이다.
파샤가 가지는 사랑의 방식은 험난하다. 이미 정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하고 그 정혼자는 파샤가 좋아하는 이란의 반체제 세력의 일원이다. 물론 그가 이란의 혁명을 꿈꾸며 이상향을 향한 돌진을 하지만 시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어두운 터널 안에 가둬 버리고 만다. 정혼자에게 영향을 받은 파샤는 이란 반체제 운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지는 않지만 결국 그 역사의 폭풍속에 흔들리는 나뭇결처럼 세차게 폭풍우를 맞이 한다.
우리는 역사의 강물이 흐르는 강뚝의 갈대와도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역사의 커다란 시류에 흘러가는 길을 그저 묵묵히 지켜볼 수 밖에 없지만, 그 흐름에 쓸려가지 않을 수 없는 인생. 그 인생 속에서 만나는 작은 첫사랑은 달콤하지만은 않은 씁쓸함이 베어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역사적 사건들은 그에게는 커다란 상흔을 만들고 그 상처에 아파하며 먼 미래를 향해서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70년대를 넘어서면 결국 이란 친미 왕정은 끝이나고 종교 혁명이 일어난다. 우리가 가끔 TV에서 보던 이슬람 근본주의의 지도자 호메니에 의해서 철저한 종교에 충실한 정치와 일상이 일체화 되는 것이다. 아마 책속의 두 주인공들은 이 역사적 사건속에서 자신들만의 가정을 꾸리고 그 격변의 시기를 또 다시 살았을 것이다.
책은 나에게 낯선 이란이라는 나라의 7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낯선 나라에서만큼 낯선 정치적 상황의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작은 소용돌이. 이 소용돌이 안에 갇혀버린 남녀의 작은 사랑은 과연 이 소용돌이 어떻게 헤쳐나가고 또다시 만나는 또따른 풍파는 어떻게 그들을 잠식할지 사뭇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소설의 문체가 생각보다 집중력을 떨어진다. 글에서 감성적인 깊이가 약하게 느껴진다. 힘든 역경적 상황에서 가지는 인간의 고뇌에 대한 글의 깊이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아쉼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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