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이 실제 식민지 버마에서 근무(1922~1927)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조지오웰이 실제 버마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소설의 곳곳에 버마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잘 묻어나 있다.
버마는 식민지 시절 인도의 일부로 통치됨으로써 영국의 지배를 받던 인도인이 버마에서는 중간층을 형성하고 버마인들이 최하층을 이룬다. 물론 그 최상층에는 영국 식민지 지배자들과 그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존재하지만, 이 영국인들은 실제 영국에서는 하층민 혹은 부적응자들이면서 식민지에서 지배자로서 권력을 누리는 자들이다. 단지 힘의 논리에 의해서, 그리고 다윈의 적자생존이 만든 백인우월주의-이건 다윈의 이론을 악용한 사례다-에 의한 이데올러지적 관념에 의해서 열등한 버만 민중은 최하층으로 훈육과 노동착취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Floyd로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은 조지오웰이 가지는 버마에 대한 연민과 애증이 투영된 주인공이면서 또한 조지오웰이 버마에 느끼는 연민과 애정을 잘 표현한 인물일 것이다. 타국에서 자신이 본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권력과 향락, 소비를 다 누릴 수 있지만, 그 댓가가 결국은 버마인들의 희생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번민하고 그들에 대한 애정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이런 애정 표현 때문에 같은 영국인들과의 불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 부족하지 않는 생활이 그에게 오히려 참을 수 없는 허무감을 유발하고 그 삶을 관통하는 고통을 참지 못하게 한다.
버마인들에게는 식민지 정부에 충성하는 우포가 변절자이지만 권력층을 뚫고 자신이 원하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이에서 인도의 의사와 Floyd를 희생의 대상으로 삼는다. 어찌보면 버마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가진 이들이 결국의 희생의 대상으로 전락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들은 권력의 기반을 이루는 주층이지만 권력 기반의 가장 취약한 층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국 희생을 당할 수 밖에 없었을지 모른다.
소설의 주요 이야기는 플로이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이야기지만, 이들을 둘러싼 식민지 시절의 버마 환경이 적절히 잘 녹아들어 있다. 본국에서 가장 타락한 하층민이지만 머나먼 식민지에서는 절대 권력을 누리는 지배층이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속에 들어 있는 저속함을 그대로 들어내는 여인으로서 엘리자베스는 지배층 영국이 가지는 바닥의 내면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조지오웰의 소설을 요약본이 아닌 책으로 읽은건 처음이다. <동물농장>이나 <1984>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의 초기작이나 르포타쥬 형식의 소설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생소함 때문에 조지오웰의 문체가 상당히 딱딱하고 건조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읽어보니 화려한 문체 구사와 상당한 전문적 어휘들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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