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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12. 09:32 - 독거노인

영화 <대학살의 신>


영화가 시작되면서 나오는 배경은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모습을 대변한다. 빌라의 거실 모습이 나오고, 거실에는 책장들이 장식을 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 중산층이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을법한 물건들이 등장한다 - 예를 들면 오디오가 보이고 벽면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다. 이렇게 설정된 장면에는 이 집에 살고 있는 부부가 어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두쌍의 부부는 아이들의 문제로 만났다. 서로 아이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 만났으므로 실질적인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같은 필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자신들의 배경을 들어낸다. 집주인 부부는 아프리카의 환경과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예술에도 깊은 애착을 보인다. 반면 방문한 부부의 남편은 변호사이고 업무상 굉장이 바쁘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계속 통화를 하고 있고 휴대폰 중독이라 부를 정도다. 부인은 상당한 커리어 우먼처럼 보인다. 


이들 부부가 금방 끝날 것 같던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짐으로써 일은 점점 더 커지고 실질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점점 일상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여기 이 영화가 보이는 장점이 들어난다. 우아함으로 포장하고 자신의 프라이드를 절대 잃지 않으려는 이 부부들간에 서서히 금이가고 자신들의 컴플렉스를 들어낸다. 물론 이 집을 방문한 부인이 품위를 잃기 시작하면서 양쪽 부부간의 우아함과 고상함은 금방 그 본질을 들어낸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취할 수 있는 우아함과 고상함은 결국 하나의 허위 의식처럼 포장된 것이고 그 내면에는 인간적인 기본 본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욕구가 숨어 있다. 게다가 아무리 삶의 질이 올라선다 하더라도 그 기본적인 인간삶의 틀은 결코 우아함이나 고상함으로 포장된다고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을 논하고 타인의 역사에 아픔을 들어내지만 자신의 허약함과 삶의 충만감은 채울 수 없는 것이다. 부부란 실질적으로 삶을 공유할 수 있지만 그들이 결콘 타인보다 더 나은 이해와 사랑을 준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어차피 부부 관계 조차 상호 호혜의 원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 다른 이를 위해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그에게 호혜를 베풀지 않는다면 상대방도 그를 인정하지 않고 호혜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는 부부이기 때문에 그런 틈들을 메꾸고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그 틈은 결코 메워지지 않은채 평생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충분히 삶을 누리고 있다는 중산층의 삶은 물질적 기반위에 가식적으로 더 나은 삶이라 포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연극으로 상영된 작품을 영화하한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영화는 연극적 요소가 많이 보이고 연극을 본 사람의 말로는 연극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카메라 앵글도 다이나믹하지 않고 숏도 극적이지 않다. 덕분에 영화 자체보다는 오히려 내용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것도 있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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