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8. 09:00 - 독거노인

<광해, 왕이 남자>


이 영화를 보고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권력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등의 근원적인 인생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이 영화가 그렇게 거창하게 이야기 되어야하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나에게는 오히려 이런 거창한 문제보다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눈에 더 들어온다. 


영화의 기본적인 뼈대가 가지고 있는 굴직한 부분보다는 전개과정에서 보여주는 단순하면서 코믹한 부분들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데, 우리가 생활하면서 느낄 수 있는 낯선 환경에 개인이 던져졌을 때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 남을까 하는 문제다. 한 나라 안에서 같은 언어와 의식주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속한 환경과 계급에 의해서 그 사람은 많은 부분이 종속되게 되어 있다. 자신이 속하던 계급에서 떨어져 나와 어느 순간 급격한 신분 상승을 이루게 된다면 과연 그 사람이 그런 환경속에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극복하고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서 잔재미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왕이 과연 어떤식으로 화장실을 이용했을까. 우리가 생각하는 치간이라는 건물의 부속물이 왕궁속에서는 어떻게 존재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역사를 배울때 이런 생활속의 자잘한 부분까지 배우진 못한다. 왕이 대소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라 붙어 있고 그 뒷처리에 매달려 있는가를 안다면 조선의 왕들이 어떻게 자신을 꾸몄는지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영화는 커다란 줄기를 쫓아가면서 세세하게 복원된 조선의 양식들로 관객들에게 잔 재미를 던져준다. 이런 부분들이 결합해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상승시키고 결말 부분도 자연스럽게 엮어냄으로써 억지로 꾸며낸 결과에 의해서 영화에 실망하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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