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9. 09:00 - 독거노인

<All about Coffee>


커피의 역사는 빵의 역사처럼 인류의 오래된 음식이면서 그 기원을 알기 힘든 음식이기도 하다. 기록상으로는 아랍에서 염소에 의해서 발견됐다고도 하고 수도승에 의해서 발견됐다고도 하나 어디까지나 전설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만큼 인류가 그 역사를 기록하기 오래전부터 우연히 발견되어 음식 혹은 음료의 일부로 마시기 시작했을 것이다. 


커피의 껍질은 단맛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처음 발견된 이후로는 커피의 씨앗을 로스팅해서 마시기보다는 껍질을 더 선호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하지만 아랍의 음료로서, 종교적 음료로서 커피의 역사는 그리 순탄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커피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자 탄원이 이루어졌고 한때 금지되기도 했다. 이는 비단 아랍에서만 발생한 일이 아니고 커피가 유럽으로 건너가서 똑같은 상황을 겪는다. 아마도 검은색을 가진 악마의 음료로 오인 받은 것인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나머지 시기를 받은 것인지. 


이 책의 역사속에서 등장하는 이야기중에서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오스만 제국이 유럽을 침략하였다가 후퇴하게 되면서 혁혁한 공을 세운 커피의 현인이 차지한 오스만 커피다. 그는 유럽이 아직 커피에 대해서 생소할 때 분명 커피의 가치를 알고 오스만군이 남기고간 커피를 차지하여 카페를 열었으며 이로써 커피 성인이 된다. 


유럽에 커피가 소개되었을 때 유럽은 알콜에 취해 있었고, 그 대체 음료를 찾고 있었다. 커피로 인해서 각성한 유럽의 지성과 사람들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이로써 자유와 평등을 향한 혁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면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일까. 유럽의 전역에 카페들은 분명 지성들의 모임 장소로 역활을 수행했고, 때로는 사업의 장소이며 주식과 보험을 위한 미팅 장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역활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활은 혁명을 위한 도화선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자유로운 토론과 그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의 성원에 힘입어 사상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은 카페의 유행 후 홍차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미국은 이와 반대로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커피의 급격한 소비가 촉진 되었다.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지만 미국의 커피 소비는 엄청났으며 그로 인한 사업의 성업은 현재까지도 지속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지 않는 아이러니중의 하나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추출 방식이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질 때는 아직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한 작은 실험 단계였으며 그렇게 급격하게 보급되지 전이니 책에서 단순히 이탈리아 추출 기구로만 소개되고 끝났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의 많은 카페들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하며 자신들만의 커피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어찌보면 프랑스식 드립방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미국적인 음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에스프레소 머신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all about coffee>의 가장 백미는 책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커피 도구들과 커피를 마시기 위한 잔들의 발전 과정일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하는 커피 도구들의 발전 과정은 단순하지만 자신들만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그리고 커피를 좀 더 편리하게 추출하기 위한 나름데로의 발전 과정이 기술되고 있다. 아마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한다면 이 커피 박물관에 한번 들려보고 싶게 만드는 세공품들 아닐까 생각된다.


<all about coffee>는 책 제목처럼 커피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를 기술하고 있는 방대한 책이라 그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세부적인 사항들을 따지기 어렵지만 책이 던지는 커피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래된 책이지만 현재까지도 읽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서점에 <올 어바웃 커피>라는 제목으로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번역본이 출간된 줄 알았으면 힘들지 원서를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번역본을 보니 아쉬운 점이 그림들이 너무 작게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귀중한 자료처럼 보이는 인용 그림이나 사진들이 마치 인쇄오류처럼 작게 보이고 그 의미를 잘 파악하기 힘들게 들어가 있어서 아쉽다. 


그나마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전자책으로 읽어서 틈틈히 시간날때마다 읽고 단어 찾고 하면서 긴 시간을 인내한 결과라고 할까. 이로써 누크산 본전은 뽑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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