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6. 09:00 - 독거노인

피씨 조립



회사를 옮기면서 결국 생전 처음으로 집에서 사용할 데스크탑을 조립했다. 이 분야에 몸을 담고 있지만 회사를 벗어난 곳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생각도 별로 없고 인터넷 사용은 회사에서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회사들이 점점 보안에 신경 쓰면서 회사의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몇개 안남았다. 덕분에 피씨의 필요성이 느껴져서 조립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마지막 피씨를 조립해 본지 너무 오래되서 너무 많이 바뀐 부분이 있었고,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조화를 이루기 어렵게 됐다.


피씨를 조립해 주던 친구는 엄청난 불만을 들어냈고, 그 불만들 때문인지 마지막 마무리는 대충해 놓고 나한테 던져줬다. 내가 가진 편향적 성향 때문에 탄생한 데스크탑이니 내가 직접 건드려 보기로 하고 마지막 선정리와 내부 공간 정리는 집에서 다시 했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요즘의 케이스들은 선정리하기 좋게 공간과 철판 프레임도 많은 구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난관은 사제쿨러를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발생하고 말았다. 


잘만의 CNPS9900 MAX.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설치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많은 글들을 봐서 조금 걱정은 했는데, 막상 설치할려니 반나절동안 혼자 고생을 했는데도 두손을 들고 말았다. 정말 악명높은 쿨러임에는 틀림없다는 걸 확인하고 결국 후배에게 SOS를 타진했다. 후배도 컴퓨터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쿨러 설치는 기술보다 힘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어서 둘이서 고생하며 한시간을 보내고 겨우 마무리 했다.


후배 덕분에 잘 마무리된 피씨에 후배가 다녀온 필리핀 동영상을 보면서 성능 테스트할 기회를 가졌다. 사실 필리핀 물속을 들여다 보고 고프로라는 요즘 예능에 많이 등장하는 동영상 촬영 카메라의 성능도 구경할 겸해서 겸사겸사 봤다. 파일 용량 큰것은 4기가짜리. USB 메모리 카드를 통해서 읽는데도 무리없이 잘 플레이 되고 화질도 어느정도 인지 파악이 됐다. 하지만 고프로는 생각보다 실망 - 후배의 설정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변명을 들었지만, 기대치에 못미쳐서 실망함.


비싼 부품들 몇개 들어가고 VGA카드는 없는 이상한 컴퓨터지만(게다가 요즘 대세인 SSD도 안달았다), 내가 쓸려고 하는 용도로는 최적의 컴퓨터라고 생각되서 만족한다. 조만간 집에 인터넷 선도 신청해야할 거 같다. 나두 이제 통신비로만 1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출하는 대한민국의 평균 가정이 돼 가고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