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때,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별 문제가 아니고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고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들이 나돌았었다. 하지만 사고 진행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일본 정부 발표는 거짓말이었고 사고 대처는 방만한 수준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 후속처리는 진행형이지만 처음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큼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분명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수준은 체르노빌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외국에서는 한국을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정작 한국은 조용하기만 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까 혹은 정부 발표처럼 안전하다고 믿으니까 그런것일까. 심지어 일본 여행이가 일본 음식들은 다시 성수기를 맞은것처럼 제자리를 찾아갔다. 특히, 내가 관심 있는 커피에 있어서 드립커피 용지의 대부분은 일본 수입품을 사용한다. 문제는 후쿠시마원전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드립커피 용지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게 이상했다. 단지 커피 필터를 떠나서 얼마나 많은 식품들이 한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떨쳐지지 않는다. 과연 우리 정부는 이런 방사능 노출 가능성에 대해서 검사를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 만화책은 체르노빌로 떠난 예술가들의 여행일지와 같은 것이다. 그 팀의 두명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었고, 체르노빌을 보고 느낀것들을 책으로 출판하기 위해서 떠났다. 떠나기전 공포와 두려움에 싸여 여행을 망설이는 모습과 주위의 만류에서 인간적 갈등을 느낄 수 있으며, 어쩌면 성전을 위해서 떠나는 전사들의 두려움과 같은게 아닐까.
책 속에는 기괴하게 파괴되어 버리고 방치된 체르노빌의 도시가 등장한다. 구소련 정권의 최고 엘리트들이 살던 도시, 구소련의 핵에너지의 중심을 담당하고 번영의 상징이 될 수도 있었던 도시는 황폐하게 방치되고 모든 생물은 그곳을 떠나버렸다. 몰락한 소련처럼 하루 아침에 잿더미속에 공동화되어 버린 곳에서 기괴함과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작가가 머물던 곳은 도시 외곽의 금지구역에서 한참 떨어진 전원속의 마을이었다. 그곳에는 자신들의 고향을 잃어버렸지만 자신들이 태어난 땅을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 이 주민들속에는 원전 사고와 관련된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한다. 실제 원전 사고 수습반이었던 사람도 있고, 원전사고로 금지구역이 된 곳에서 도둑질로 먹고 사는 사람도 있으며, 원전사고 영향하에서 태어났지만 아무런 후유증도 앓지 않고 있는 축복받은 삶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재앙이었고, 결국 스스로에게 내린 형벌이었기에 우리는 그 속에서 공포를 느끼고 그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이 황폐화 시킨 자연은 스스로 복원되고 그 상처를 덮고 치료하며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이런 사실이 체르노빌의 재앙을 덮고 미화시킬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 치유되고 있는 체르노빌의 모습은 인간의 부재속에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에 동의하는것은 이 책을 읽는 각자의 몫이다.
우리나라는 많은 원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원전의 안전성이나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심지어 전력이 모자라다는 이유만으로 노후 원전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고 새로운 원전 건설에 대해서 논의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원전 건설과 유지보수 중에 사고가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긴다면 그 댓가는 원전을 가동해서 얻는 이익보다 몇배 혹은 몇십배가 될 수 있다. 지금 문제가 없다고 현실을 외면하거나 무지로 일관한다고 현실속에 존재하는 문제들이 없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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