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1. 09:00 - 독거노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


인간은 누구나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 그렇지만 모두가 간직하는 추억속으로 다시 뛰어 드는 용감함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추억이란 부서지기 쉬운 얇은 유리과자 같은 존재다. 기억속에 존재할 때는 아름답게 빛날 수 있지만 현실과 맞치는 순간 어디서부터 균열이 깨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약한 균열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얄팍한 감정과 기억력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과거 속으로 되돌아 갈 때 추억은 그저 고이 간직하고자 한다. 만약 다시 들추어내어 현실로 꺼낸다면 내가 소중하게 여기던 사실이 과연 얼마나 정직한 사실일까. 아니면 그 아름다움이 거기 그 시간 그 장소에 그대로 나를 기다려줄수 있을것인가.

저자는 이미 실크로드를 발로 걸어서 통과하고 그걸 책으로 낸 작가다. 그저 묵묵히 걸어서 사막과 도로를 건너서 실크로드를 가로질러 갔던 그 길을 이제는 자동차와 가이드를 동반하고 편하게 지나간다. 그 힘들었던 시간의 기억속을 더듬으며 여전히 그대로 존재할 것 만 같은 그들을 찾아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로 떠나버리고 허물어져 버린 빈터를 발견한다. 때로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그를 기억하고 반기는 이도 있지만 어떤 이는 그를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타인의 삶을 스쳐지나가는 방랑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도중에 잠시 만난 인연인 것이다. 그들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여행자만의 욕심일 것이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실크로드 길을 걷는다는 것은 과거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점점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시간과 공간속에서도 사라져가는 전설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영화는 이제 사막의 신기루처럼 존재하고 그 안타까움을 그리워하는 여행은 향수에 젖은 여행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현실을 부여잡는 또 다른 길이리라. 사라져버린 공간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현대의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채화들은 분명 아릅답다. 그리고 정교하다. 하지만 내가 맘에 안드는 부분은 마치 교과서에 등장하는 표본 같은 그림체라는 것이다. 정확하게 묘사되고 반듯하게 원칙을 따라서 그려진 그림이다. 이런 그림은 분명 명확하게 인식되고 좋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융통성이 없고 답답하게 보이는 면도 있다. 게댜가 전체적으로 변하지 않는 그림 형식과 동일하게 반복되는 패턴들이 등장하다보면 글이 주는 아름다움속이 오히려 수채화들에 의해서 깎여내려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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