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3. 5. 20. 09:04 - 독거노인

공항




 여행의 시작은 낯설음에서 기인하는 설래임이다. 그 낯설음이 시작되는 곳은 아마 여행을 시작하는 공항일 것이다. 모든 떠남과 도착이 시작되는 곳. 낯선이들이 모여들고 흩어지는 곳. 여행지를 향해서 출발한다는 것은 자신과 연관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혹은 잃어버리고 자신이 오롯히 홀로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속에 존재하는 버거움과 모든 괴로움, 기억들은 잊혀지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항에 도착하면 설래임이 시작되지만, 귀국하는 들르는 공항은 모든 현실이 다시 시작되는 곳이다.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현실과의 모든 연결고리들이 없어지는 판타지의 게이트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공항이라는 장소가 주는 설레임과 향수는 그곳에서 일하는 것 혹은 머무는 자체만으로 매일 떠남을 체험하고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갖게 한다.


 하지만 그런 떠남과 도착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그런 생활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만드는 스튜디어스들을 쳐다보고 있다보면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공항안에서 그들은 바쁘게 오가고 있다. 떠나는 스튜디어스들은 일렬로 줄을 서서 비행을 하기 위해서 검역대를 통과하고 도착하는 스튜디어스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버스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선다. 떠나는 그들은 아마 우리가 일상적으로 돌아오는 월요일의 출근 시간과 같은 느낌으로 출발을 하고 도착하는 그들은 아마 우리가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지친 마음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르는 일상적인 체험을 할 것이다. 여행이란 현실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즐거움과 설레임을 유발하는 것이다. 여행이 일상이 된다면 그런 설레임과 즐거움은 현실의 밥벌이 속에 메몰되고 말것이다. 그래서 공항에서 허드렛 일이라도 한다면 항상 즐겁지 않을까 하는 망상은 접는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오 -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1) 2013.05.24
<콜디스트 워>  (2) 2013.05.21
잡담  (0) 2013.05.15
<유라시아 유목제국사>  (0) 2013.05.14
5월 12일  (0) 2013.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