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제국주의가 막을 내리던 시절, 전세계적으로 아무런 이목을 끌지 못한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자국민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만들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무심하게 잊혀진 전쟁이었다.
6/25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한국에서 전쟁은 그저 이념적으로 재생산될 뿐 진정한 전쟁의 진실을 들춰보려는 노력이 많지 않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한국전을 외국인의 시각으로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그 당시의 상황을 국제적으로 고려하면서 미국적 시각에서 바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 공산화를 막겠다는 미국의 참전 의지가 있었지만, 저자가 기술하는 방식은 좀 더 전쟁사에 가깝게 그리고 이념적으로 한발 더 물러나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6/25가 발발하기 전 한반도는 분명 주체적인 정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남한이고 북한이고 외세의 힘을 빌려서 등장한 정권이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었을 뿐. 게다가 양쪽 모두 자신들에게 힘만 주어진다면 적화통일을 부리짖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 발발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군사적 행동을 실행한 것은 북한의 김일성이었고 그는 소련의 힘을 빌려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어쩌면 그가 소련이 내세운 정권의 하수인으로써 소련의 숨겨진 야욕 - 부동항을 얻고 태평양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 을 실행하기 위한 대리인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 전쟁의 핵심에 있는 사람은 맥아더였다. 그는 한국내에서 전쟁영웅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 그가 자기고 있던 권력이나 군사적 오판을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그의 위상은 분명 왜곡된 면이 있다. 한국전 발발전에 그는 일본의 패전을 복구하기 위해서 일본에 있었으며, 그만의 성에 갇혀서 천황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가 원하는 말만을 하는 참모들에게 둘러 싸여고 그 또한 그 상황을 만족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서 그 누구도 대적할 자 없는 천상천하 유아독존하던 맥아더는 자신이 미국 정계로 진출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민주당 정권의 연이은 공화당의 패배를 기반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권을 잘 이어 가고 있는 듯했지만, 실질적으로 공화당이 내세운 반공산주의 전략과 매카시 상원의원에 의해서 주도된 매카시 열풍 때문에 커다란 타격에 휩싸이기 전이었다. 세계2차 대전이 끝나고 많은 병사들이 은퇴를 하고 전쟁을 위한 병력은 감소했고 국방비도 감소된 상황이었다. 맥아더로써는 눈에 가시 같은 민주당에 타격을 가하고 자신은 영웅적인 구세주로서 미국 정계에 등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항상 언론에 노출되기를 원했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포장해서 들어내고자 했다. 이런 과시욕과 정치적 욕구 때문에 한국전중 커다란 돌출 행동을 서슴치 않았으며 결국 전쟁이 종료되기 전에 해고 되는 불명예를 안았던 것이다.
6/25가 시작되자 한반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던 미국 입장에서는 커다란 충격이었고 상황 대처를 위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군은 지속적으로 밀릴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일본에서 급공수된 미군의 도움으로 낙동강까지 후퇴하면서 버텼지만 상황은 일촉측발의 위기 속에서 부산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때 빛을 발한 것이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 작전이다. 하지만 이 빛나는 작전속에서 맥아더는 자신을 너무 과시했으며 주위에서 말리는 북진을 감행했다. 한반도의 지형학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주위에는 그만을 바라보면서 아첨으로 그의 뜻을 따르겠다는 장성들이 즐비했다. 한반도의 겨울을 나기 위한 미군의 준비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으며, 맥아더는 전쟁은 곧 끝날것이라 장담하면서 군수보급의 어려움과 넓게 퍼지는 지형에서 수비하기 힘들게 분산된 군배치를 고집했고, 중공군이 곧 참전할 것이라는 여러가지 시그널들을 무시하는 행위를 유지했다. 결국 중공군은 미군이 상상하는 이상의 작전으로 미군들의 사기를 꺾으면서 참전을 했다. 처음 만나는 전술과 상대의 전력을 파악조차 못했던 미군은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우왕좌왕하며 후퇴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미 장성이 교체되고 상황은 역전됐지만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맥아더는 결국 대통령의 뜻을 어기고 자신이 원하는 데로 언론 플레이를 진행함으로써 본국과 마찰을 피할 수 없었고 해임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맥아더의 오만과 오판단이 없었다면 한국전의 양상은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가정이라는 것을 할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이고 전쟁을 끝낸 중국과 북한, 남한은 각자의 목적에 맞게 전쟁을 미화하고 자신들의 성취를 자랑하기 바뻤다. 이런 미화의 과정은 6/25를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는 역사적 시각을 잃어버리게 만들었고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에게 염증나는 잊혀진 전쟁이 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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