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6. 09:00 - 독거노인

<사화와 반정의 시대>


책은 조선시대 성종, 연산군, 중종에 이르는 기간 동안 발생한 정치적 변화를 다루고 있다. 학계에서 훈구와 사림 세력간의 정치적 갈등과 세력투쟁의 시작으로 묘사되는 시기를 좀 더 정치적 상황에 맞게 파악할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즉, 단순히 정치 투쟁이 훈구와 사림 세력간의 이분법적인 세력 투쟁이 아니라 그 당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파악하고 결과를 좀 더 폭 넓게 해석하자는 의미이다. 


성종은 조선 전기의 국가적인 법전인 <경국대전>을 완성하고 법전통을 완성한 왕으로 묘사되고 있다. 법전을 완성한 만큼 현실정치에서도 유교적 원리에 맞춰서 잔혹한 숙청이나 전권적인 왕권의 행사보다는 언론기관과 대신들을 잘 조정하여 균형과 견제의 정치를 실현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삼사의 급격한 확장과 권력집중은 대신들의 위축과 권력 약화를 불러들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홍문관을 언론기관화 시켜 3개의 축으로 서로 균형과 견제를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완성한다. 이런 발전된 정치체제는 연산군이 이어 받으면서 무너지고 마는데 연산군은 간쟁을 통한 삼사의 급격한 부상에 못마땅해 하고 있었고 결국 무오사화를 일으키고 만다. 무오사화를 통해서 삼사를 숙청하고 간접적인 경교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왕권은 강화되고 삼사의 간쟁은 잠시 수그러든다. 대신 연산군은 역사적 기록에 남아 있는 폭군으로 묘사되 듯이 그 잔인함과 폭력적 전권을 휘둘러서 신하들이 불만을 품게 만든다. 


위기 의식을 느낀 신하들이 결국 조선 최초의 반정을 일으키고 중종이 옹립된다. 이렇게 추대된 중종은 확고한 왕권을 확립하지 못하고 한동안 공신들에게 휘들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광조를 필두로하는 사림 세력을 정계에 불러들인다. 조광조의 경우 급격한 개혁을 외치면서 젊은 혈기와 기백으로 저돌적 개혁을 추진한다. 이는 기존 대신들의 기득권에 대한 방어적 입장을 강화시키면서 기묘사화를 일으켜 실각하고 만다. 이후에 등장한 김인로는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르며 왕권 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권력을 누린다. 하지만 그도 결국 중종에 의해서 축출되고 마는데, 이후 중종이 보여주는 행로는 어떤 개혁적인 의지 없이 흔들거리는 나약한 왕권의 전형을 보여준다. 긴 치세기간을 가졌지만 우유부단함과 결단력 부족으로 치세기간 내내 특정한 왕권확립을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런 반정과 사화 속에서 기존에 훈구세력과 사림세력간의 힘의 충돌로 묘사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역사적 전거들은 사림이라도 필요에 따라서는 훈구 대신과 연합하기도 하고 훈구 대신이 사림 세력을 천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필요에 따라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을 축출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세력간의 충돌이 아니라 그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신의 출신성분보다는 생존을 위한 권력투쟁을 벌였다는 것이 더 현실적 해석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기술하지 않지만 왕권의 약화와 당쟁의 발생으로 인한 폐해는 향후 조선 왕들이 겪어야 하는 수난의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연약한 왕권을 유지해야 했던 조선 왕들에게 반정의 위협은 항시 존재했고 그 때문에 안정적인 왕권 수립과 통치보다는 상시 존재하는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신하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불안정한 생명을 연명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신하들은 정치권력 싸움에 휩쓸리면서 민생보다는 당파적 파벌 싸움에 열중함으써 향후 조선에서 나타나는 양인들과 노비들의 유망에 따른 농지의 집중화를 초래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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