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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30. 09:00 - 독거노인

<아웃 오브 아프리카>


이 글의 배경이 되는 1차 세계대전의 전후 조선은 암울한 일제시대를 보내고 있을 때이다. 그 당시의 조선에게 서구 열강이 그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 피나는 혈투를 벌이고 있던 아프리카는 멀고도 알려지지 않은 그저 미지의 세계였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그저 동물의 세계에서 보여주는 사자와 마들이 뛰어 다니는 초원으로만 기억 할 것이다. 아니 지금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다큐멘터리 시각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이들이 만을 것이다. 이런 방식이나 저런 방식이나 아프리카와의 거리는 멀게만 느껴진다.

그 시기를 살았던 저자 카렌 블릭센이 아프리카에서 농장을 경영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서구 열강이 한창 식민지 전쟁에 열 올릴때 열강의 입장보다는 오히려 관조적이고 동정적인 시선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보고 그들의 편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한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느끼는 남녀간의 사랑이 주가 되서 배경으로 아프리카의 광할한 자연이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 책에서는 그런 내용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분명 그녀의 생애에 아프리카에서 느꼈던 사랑이 있었을지라도 그 남녀간의 사랑보다는 그녀 자신이 살았던 아프리카의 대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상상하던 케냐의 초원은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고 우기가 되면 폭풍우 같은 비가 내리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머물던 공간은 커피를 키우는 고지대였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저 멀리 초원이 보이는 곳이었다. 그녀는 말을 타고 동물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을 마음데로 달릴 수 있었고 그곳의 마사이족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또한 그녀는 그녀가 살고 있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부족들을 존중했다. 그녀 스스로 아프리카 부족들이 가지는 전통과 풍습과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했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진정한 존중의 마음을 가진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삶은 아프리카 자연과 하나처럼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물론 그들의 삶에도 불화와 미움과 시기가 존재했지만 그것들을 해결하고 화해하는 방식 자체가 서구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었지만 분명 그들의 깊은 의식속에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이어오던 방식을 유지하고 나름데로의 합리적인 사고이고 행위였다.

아프리카 부족들만큼 그 대지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신선함은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카렌 블릭센의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감싸준다. 초원의 들판에서는 계절별로 다양한 냄새가 그녀의 코를 자극하고 때때로 들어났다 숨었다를 반복하는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들은 진정 살아서 움직이는 역동적인 생명체로서 그녀의 눈을 자극한다. 이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속에서 계절별로 시기별로 달라지는 카멜레온 같은 모스븨 아프리카이다. 이런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아프리카를 그녀가 파산하고 더 이상 농장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을 때 얼마나 큰 상실감과 공허함을 느끼게 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모든것을 정리하고 떠났지만 결국 그녀의 기억과 글속에서 영원히 살아 남아 그녀의 삶의 일부가 되고 타인의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진정 그녀의 글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케냐의 국립공원을 가봐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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