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0. 09:00 - 독거노인

<안나와디의 아이들>




나는 인도를 여행하기 위해서 델리공항이나 뭄바이 공항을 거쳐간적이 있지만 한번도 그 밖으로 나간적이 없다. 단지 인도의 관문으로만 스쳐 지나간 곳이라 실상 그 도시가 가지는 매력이나 문제점들을 들여다 본적이 없다. 이 책은 그 관문중 하나인 뭄바이 빈민촌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특히 뭄바이 국제 공항 근처에 형성된 안나와디라는 빈민촌에 사는 사람들의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밑바닥 인생이라 칭하는 그들에게도 나름데로의 인생과 희망이 있다. 하지만 그 인생과 희망은 현실의 절망앞에서 혹은 무관심속에서 소리 없이 사그라들고 흔적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들이 그토록 nobody로서의 삶, 무명인으로 사그라질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가난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가난하기 때문에 더 이상 그들을 타락시킬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 가난을 이용해서 서로 물어 뜯어 먹고 사는 부패한 권력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무지하기 때문에 혹은 자신에게 조그만한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 타락하고 부패한 권력에 짓밟히면서 그 그늘에 기대어 살기도 한다.


계급간의 이동 혹은 계급 의식은 그 계급의 가장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난다. 계급의 가장자리에 있다기 보다는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 경계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 경계선이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은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밑바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아샤의 경우는 이런 저항의 힘을 뚫기 위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다. 현대처럼 명시적인 계층의 구분이 모호한 그리고 그 모호함은 경제적 힘으로 유지되는 사회에서 계층간의 이동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녀의 삶이 비록 깨끗하지 않고 명예롭지 못하다고 할지라도 그녀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한층 다가선 모습으로 자리 매김했다. 이에 반해서 압둘의 가족은 상위로 올라설려는 무한한 에너지를 짜내는 과정에서 결국 시스템 아래 갇히고 그들의 희망은 거세 당한다. 그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도 무엇을 실수 한것도 아니다.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고 그 운이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불운이 그들에게 가져다 준것은 끝없는 나락으로의 추락이다. 그것도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인도의 시스템 안에서.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이들은 인생의 긴시간중에 잠시 잘라낸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삶이 이후에 어떻게 변할지 어떻게 타락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들은 인생의 최저 바닥에 밀려나 있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 자체도 커다란 에너지가 필요한 삶이다.


작가는 마지막에서 작은 힘이라도 뭉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전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의미의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그들이 현실앞에 던져진 절망적 삶에서 그 의미를 이해하고 그들의 나약하고 작은 힘을 모아 그들의 소리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오히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부패한 권력이 개선되길 바라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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