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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 21:06 - 독거노인

운두산 산행


예전 학생 시절에 대성리는 엠티촌이었고, 나도 남들처럼 기차를 타고 도착해서 어딘지도 모르는 숙박집에 장소를 잡고 정신이 혼미해지도록 술을 마시고 아침은 몽롱한 정신으로 그곳을 떠났던 기억이 있는 곳이다. 이제는 지하철로 도착하고 너무나 깔끔하게 정리된 길과 가게들을 보니 내가 와 있는 곳이 어딘지 어리둥절해졌다.

 

찻길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니 조그만한 산길 입구가 보인다. 다른 산들처럼 등산객이 많은 산이 아니어서 그런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덕분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풀 냄새도 제대로 맡으면서 풍경을 즐길 여유를 가졌다. 

산은 높지 않지만 능선을 따라 가는 코스라 멀리 보이는 산자락들을 보면서 걷기 좋다. 경기도의 다른 산들처럼 산세가 가파르지 않고 바닥이 흙길로 이루어져 있어서 힘이 덜 든다. 

운두산 정상에 도착하면 약간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이 다른 산들처럼 시야가 확트인 정상이 아니고 그냥 헬기 비상 착륙장 정도가 다이다. 그리고 운두산 정상이라는 표시가 끝이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는 길이나 반대편 깃대봉을 거쳐서 내려가는 길이나 거리도 같고 좀 더 능선길을 걷고 싶어서 걸었던길 반대편으로 향한다. 이게 등산의 최대 실수이자 나중에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 청평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 결정이다. 

깃대봉을 거쳐서 청평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체력 안배가 필요 했다. 초반에 너무 속도를 내는 바람에 하산길에 다리 힘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로프를 잡고 흙길과 바위 길을 교차로 내려가니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마지막 산을 빠져 나가는 곳의 이정표에서는 갑자기 길이 없어지고 막다른 경사면이 나타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등산객들이 많이 오지 않아서 아마 길이 잡목에 묻혀 버린게 아닐까 생각된다. 여하튼 잡목과 풀들로만 이루어진 경사면에서 길을 찾을 수 없어서 결국 내가 풀들과 잡목을 헤치면서 길을 내어 간신히 내려 왔다. 덕분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던 내 종아리는 상처 투성이다. 

청평역에서 바로 지하철 타고 집으로 오려 했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마음을 빼앗겨 한동안 머물다 왔다. 너무나 푸른 하늘과 아담한 집한채가 젊은 시절 그 어느 순간 어느 장소를 나를 데려가 버렸다.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흐를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 없이 회한에 젓어 있다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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