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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6. 09:11 - 독거노인

<괴물의 탄생>



우석훈의 경제대안 시리즈 마지막 권이다. 전권을 다 읽으면서 마무리 지으면 좋겠지만, 워낙 인기있는 책을 빌려서 읽다보니 내맘데로 안된다. 

대학 강의 형식을 빌린 책이라 각 챕터가 짧고 읽기 쉽게 되어 있다. 전반부의 1/3은 경제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고 실제 현실에 적용되는 경제 이야기는 그 후반부에 이어진다. 이 후반부를 구성하는 중요 등장인물들로는 노무현, 한나라당 그리고 중앙과 지방의 토호 세력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싯점 때문에 2MB 이야기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우선 흥미를 끄는 부분은 노무현정권 초창기 시절 스웨덴이나 스위스식의 복지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 시스템이 일부라도 제대로 도입되었다면 현실이 이렇게 암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책에서도 이유를 궁금해하느 부분) 삼성과의 대타협을 하고 4만불 시대를 위해서 FTA로 급선회했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우울한 급선회라고 밖에 안보인다. 결국 노무현은 또 다른 우파가 되고 만것이다(나는 중도좌파라는 말도 안되는 단어를 듣고 싶지 않다). 과연 삼성 이건희가 주장하는데로 4만불 시대가 되면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수혜가 가능할까? 어떻하면 세금 포탈하고 불법상속을 할까 고민하고 아들 맞고 다니면 직접 나서서 손봐주시는 형님들께서 아랫것들이 밥은 먹고 다니는지 궁금이나 할까. 가장 큰 의문은 지금도 기업이 사회를 위해서 투자를 하고 기부를 할 의지가 전혀 없는데 단지 4만불 시대가 오면 자연히 그들이 봉사활동을 할까 하는 의문이다. 결국은 말도 안되는 개발논리로 돌아선 노무현 정권의 실패한 개발 논리밖에 안되는것이다.

여기에 현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중의 하나가 중앙 토호와 지방 토호의 결탁으로 인한 시스템의 붕괴라는 것이다. 뭐 땅값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인구가 얼마나 많겠는가. 결국 여기저기 난개발을 해 놓으니 거기서 속출하는 졸부들이 판치는 세상이되고 현실은 부자들에게 결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토호들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만들어내는 것이 딴나라당인데, 또한 이 토호 세력이 그들의 권력기반인 이상 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과 민중에 의한 정상적인 자치제의 수립은 요원해 보인다.

게임 이론을 읽다가 느낀 것이지만, 서로를 죽이는 게임이 시작되면 결국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가장 잔인한 방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잔인한 행동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타협이다. 사회적인 대타협을 하지 않는 이상 삼성이 하고 있는 치킨게임이 현실에도 그대로 실현될 것이다. 

꼬랑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했던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 그래서 그의 임기가 끝날때까지 믿음을 가지고 지켜봤지만 그도 어쩔수 없는 우파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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