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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7. 11:22 - 독거노인

<오래된 미래>


90년대 후반부에 배낭여행을 하던 세대들에게 하나의 필수항목이 있었으니 그것은 인도다. 인도를 갔다오지 않으면 배낭여행자 대열에서 인정을 받을 수 없었던 암묵적인 분위기였다.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 모이면 여행의 마지막 결론은 인도였다. 그 시절에도 라다크는 아직 미지의 세계였다. 갔다오는 사람도 적었을 뿐 아니라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서 어떤 여행자들은 라다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흐르고 많은 여행자들이 순례코스처럼 들르는 라다크가 되었다. 이 라다크에 대한 책으로 <오래된 미래>를 집어 들었다. 과연 라다크에 대해서 감성적 정감을 불러일으킬까 궁금했던, 가보지 못한 영원한 샹글릴라를 꿈꾸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 기대했던것과는 다르게 이책은 세계화의 문제와 그 대안적 삶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1970년대부터 라다크에 출입하면서 라다크의 삶과 주변 여건들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그들 삶 깊숙히 들여다보고 개입을 해 왔다. 덕분에 혹독한 자연 환경에 순응해서 자연의 섭리에 적응해 사는 라다크인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라다크가 외지인들에게 개방이 되면서, 인도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화되고 개발이 시작된다. 이 개발은 결국 라다크를 세계화의 추세속으로 편입을 강요한다. 아니 세계화의 강요라기 보다는 세계화의 격류에 휩쓸린게 맞을 것이다. 

세계화의 단순한 도식은 도시화이다. 서구 세계가 제일의 가치를 두고 있는 문명화라는 명목하에 진행되는 도시화는 결국 지역 공동체의 해체위에 존재하게 된다. 도시화는 생산보다는 소비의 미덕이 제일 덕목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존재가 필요하지 않다. 협동보다는 더 많은 재화를 소비하는 것이 개개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삶의 질을 대변하기 때문에 상호공존이라는 의미 자체가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집단은 다양성과 다원성을 중시한다고 강변하지만 사실 그들이 가지는 다양성이란 유럽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다양성일뿐이다. 그들의 눈에 저개발국들은 낙후된 문화일 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과 같은 개발된 도시를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저개발국들에게 개발을 강요한다. 이 개발이란 도시화를 촉진하고 지역사회를 해체한다. 지역 사회가 해체되고 도시화가 촉진될수록 자원을 낭비하고 소비해버리는 개발이 촉진된다. 재생이라던지 순환 가능한 자원의 활용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자원이 고갈되더라도 풍족한 도시 생활이 충족된다면 그러한 파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선진국들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외부 압력을 이용해서 저개발국들을 강압적으로 해체한다. 이 해체과정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농민들은 지역 경제를 포기하고 도시의 빈민으로 흘러들수 밖에 없다. 그들은 임노동자로서 저렴한 노동을 공급하기 위한 수단이된다. 그들이 땅에 머물렀다면 충분한 자존감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포기한 것이다. 더 이상 생산이라는 것이 외국 자본의 대량생산 체계를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건강한 생산이거나 자국의 생태를 보전하는 방식이던가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저렴하게 소비되기에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무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소비적 이데올러지는 성장만을 오직 강변하는 서구식 개발모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는 항상 수치적으로 성장을 해야 하고 인간적 자존감이나 행복감은 부의 증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시되고 고려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서구식 모델만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아님을 라다크를 보면서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지구의 오지속에 존재하는 라다크조차 세계화에 벗어날 수 없는 글로벌 시대지만 라다크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지키고 순화적 생산체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지역 공동체형식으로 노력하고 있는것이다.

나처럼 도시지향적 소비를 원하는 사람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가장 민주적이고 공산적인 삶은 지역 공동체가 아닌가하는 생각들이 요즘 조심스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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