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1. 8. 2. 09:00 - 독거노인

<론리 페루>



타인의 여행기를 읽는다는 것은 일상속에 있던 나를 타인의 여행한 곳으로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나의 가이드가 되고 나는 그의 인도에 따라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가 이끄는 데로 따라서 떠나야만 한다. 

때로는 그의 일방적인 역활에 화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면서 그가 보여주는 시선들속에 파묻혀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기를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시선을 빌려 대리적 만족을 바라며 떠나는 여행이다. 

론리 페루의 선전 문구는 작가가 페루에서 한달간 생활한 생활기를 보여준다고해서 과연 생활인으로서 타국에서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생활기가 아니고 잠시 머물다 떠난 페루에 대한 여행기다. 그렇다고 딱히 불만스럽지는 않지만 약간은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가 느끼는 페루에 대한 애증은 나와 좀 더 다른 방식이란걸 점점 체감하면서 책을 덮는 순간 약간은 틀어진 여행기 느낌을 받는다. 

작가가 떠난 페루는 남들이 그저 마추피추만을 보고 바로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으로 넘어가는 짧은 여행이 아니고 진정한 페루를 느껴보기 위해서 페루의 북쪽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전체를 거스르는 여행기다. 작가는 어떤 여행정보를 위한 여행기도 아니고 여행하면서 제공하는 친절한 안내서도 아니라고 했지만, 작가가 느끼는 현실적인 물가와 몸으로 직접 느껴지는 숙소, 음식들에 대한 평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아마 책을 읽고 페루로 여행을 간다면 그 정보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잠시나마 현실적인 욕구 불만들을 잠재우고 현실에 내재된 볼온한 욕구들을 누를 수 있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책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와 욕구들이 자꾸 부딪혀서 시간의 흐름을 방해하고 나선다. 이런것들을 조금만 줄이고 좀더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봤거나 아니면 좀 더 현실적인 페루의 모습을 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시 <영국로열아카데미 대표작가전>  (0) 2011.08.11
인텔리젠시아 - Sugar Glider  (0) 2011.08.05
<심야 식당> 1,2권  (0) 2011.07.28
<탁신>  (0) 2011.07.27
영화 <고지전>  (0) 201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