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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6. 09:00 - 독거노인

영화 <코쿠리코 언덕에서>


머나먼 과거로의 여행보다는 우리의 기억의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시간대로 향수어린 여행을 떠나보자. 거기에는 우리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들과 아련한 이야기나 단순히 감성적인 향수로 남아 있는 순간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시대적 공간적으로 우리와 거리가 있지만, 과거라는 시간을 거쳐온 우리에게도 그 향수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의미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에니메이션이 보여주는 아련함에 파묻혀서 그 추억속으로 깊이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중에 대부분을 이 추억이라는 향수속에 단단히 묶여서 전체를 이끌어 간다. 결국 영화의 줄거리보다는 이 과거로의 회귀에 파묻혀서 영화 전체가 진행되는 것이다. 덕분에 시나리오의 허술함이라던지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우연, 혹은 인연이라는 주제에 깊이 몰입하기 힘들어진다. 배경이 가지는 힘이 화면 전체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다른곳으로 짐짓 눈길을 주었다가는 어느 순간 길을 잃고 말것만 같이 느껴진다.

영화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감독이 정말 전후 요코하마를 추억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서 전전이나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기억하고자 그리고 추억하가조 하는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 전후의 경제는 바쁘게 돌아가고 모든것은 경제발전 속에서 허물어지고 사람들간의 관계도 변하고 있지만,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과거에 의존해서 시간이 지속되기를 원하고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신념에 경의를 표하는 방식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도쿄 올림픽이 막 치뤄지기 전 부산하게 움직이는 일본의 배경을 너무도 잘 복원해놔서 정말로 애니메이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힘을 잘 알고 다스리고 있다. 덕분에 영화보는 내내 그 복원된 향수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게 만든다.
 
이 영화만으로 지브리오 스튜디오가 예전의 전성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아버지의 대를 잇는 아들의 모습이 과연 이 한편으로 증명될 수 있는 능력을 다 보여준것인지가 의심스럽다. 좀 더 인간적인,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 있던 예전 영화에서 단순히 과거로의 회상만을 주제로 버티는 이번 영화가 가지는 의미와 대비되는 것은 아직까지 그 역량을 증명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느끼게 하는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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