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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7. 10:04 - 독거노인

<중세의 사람들>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자신이 기억하는 시간과 공간은 극히 짧은 시간과 공간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억의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면 그곳에는 흐릇하고 시기루처럼 막연한 공간과 시간들이 존재한다. 우리들은 그곳을 역사적 공간이라 부르며 그곳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채집하기 여념이 없다.

지금처럼 문자가 모든이에게 퍼지고 저장매체가 발달한 상태에서는 우리 개개인의 기록들이 도처에 퍼져 있고 손만 닿으면 무수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지만, 글이 귀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특권 계급에게만 의미가 있던 시절에는 글이 또다른 권력의 수단이었다. 글을 익히지 못해서 어둠속으로 사라진 계급들은 아주 드물게 기록속에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마치 중세의 방앗간 주인이 재판기록 속에 잠깐씩 등장하는 순간처럼.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순간은 이처럼 권력자가 자신을 위해서 만든 역사속에 아주 소소한 부분으로 스쳐가듯 남겨진 흔적속에서 발견할 때 뿐이다. 그나마 이 순간들을 채집하여서 우리의 기억속에서 살려낼 수 있는 것으로 작은 위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속에서 내가 차지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그 일부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는 가벼운 존재지만, 나의 삶이 사회를 이루는 일부이고 이 일부가 모여서 사회적 현상을 만들며 결국 역사를 이루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개인의 삶이 무시되거나 경시되고는 역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역사적 중요 인물들이 만들어낸 역사란 그 밑에 존재하는 인민들의 삶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사실이라는걸 잊어버리면 안된다. 그 인민의 희생을 통해서 역사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중세의 사람들은 평범한 삶을 살았던 바닥인생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이 책이 쓰여진때는 20세기 초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미시사에 대한 확장된 영역속으로 들어가지전이다. 하지만 그 서막을 알리는 글로써 중세의 부유층 혹은 일반 귀족계급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의 일상이 어떠했는지 깊숙히 추적해 들어간다. 남성들은 관대하고 자상한 면을 가졌으며, 여성들은 지금이나 그때나 자신을 꾸미길 원했고 사치에 대한 과감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남편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자상한 남편을 위한 내조를 열심히 하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현재의 평범한 부르조아 가정을 꿈꾸는 이상적인 삶이 중세에도 그대로 펼쳐진다. 아무래도 문헌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들의 불편한 마음은 들어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속에 숨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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