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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31. 09:00 - 독거노인

<Through the Looking-Glass: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전편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이다. 단지 주인공으로 앨리스가 등장하지만 전편과 아무런 연관성도 가지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 

앨리스가 들어간 거울속 나라는 우리를 비추는 거울처럼, 하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을 반대로 비추는 거울속이다. 원하는 곳을 가기 위해서는 반대로 가야만 도달할 수 있고 - 앨리스가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멀어진다.  

거울 속 시간은 일상속의 시간과 반대로 흐른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 분주이 뛰어다니던 톰크루즈처럼 화이트 여왕은 미래에 죄를 지을 메신저를 미리 감옥에 보낸다. 화이트 여왕의 시간은 비가역적으로 흐른다고 한다. 가역적으로 흐르는 시간속에 사는 앨리스의 시간과 비가역적으로 흐르는 시간속에 사는 화이트 여왕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미래의 시간을 소비해 버린 여왕은 비어버린 미래의 시간에 도달하면 무슨일을 하면서 살까. 미래에 죄에 대한 댓가를 미리 치른 메신저는 죄를 마음 놓고 지어도 될까 아니면 댓가를 치루면서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은 흘러가 버린 것일까.  

거울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정상적이다. 사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와 같이 거울속에도 기이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가장 비정상적이고 기이한 인물들은 왕비들과 기사들이다. 중세를 벗어나 시민사회가 형성된 이상 왕과 귀족들 그리고 기사들은 아마도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을 터이고, 여기에 등장하는 왕비들과 기사들은 같은 운명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마치 불행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인물들처럼 비운의 운명을 가진 캐릭터들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앨리스의 그림은 몸은 성장을 멈추고 정신은 어른에 도달해 버린 아이처럼 보인다. 다른 모든 등장인물들은 오히려 정상적인 모습을 갖춘것 같지만, 앨리스만은 어른의 얼굴을 하고 아이의 몸을 가진 인물처럼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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