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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23. 09:56 - 독거노인

수면위에 잠시 머무는 기억


눈을 감으면 다 잊을수 있을것만 같은 것들


어릴적에는 악몽에 시달린적이 자주 있었다. 그 악몽이라는 것이 체력의 허약함에 기인한 것인지 겨울이면 흔히 일어나는 연탄가스 중독 때문인지는 기억나질 않는다. 훌쩍 커버린 지금에도 그 악몽에 대한 생생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휘어진 방안에서 거대한 가구들에 둘려싸여 짓눌리는 느낌. 

그 느낌에 눈을 뜬 것은 어느 겨울 따스한 아침이었다. 방안에는 나 홀로 있었고 여느 때처럼 뒤엉킨 이불속에 누워 눈을 떳지만 좀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리는 몸시 무거웠고 어린 나이에 머리속의 무거움보다는 역겨움이 더 고통스러웠다. 옷을 어떻게 챙겨 입었는지 모르겠지만 방안을 벗어나 집을 떠나는 순간 본능이 우선이었다는건 확실하다.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마을 한가운데 공터의 담벼락에 의지해 몸을 기대채 햇빛을 받던 기억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행복이었을 것이다. 마을은 텅비어 있었고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어른들마저 자취를 감춰버린 마을은 오직 나만이 유일한 생존자인것처럼 절망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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