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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12. 13:45 - 독거노인

수면위에 잠시 머무는 기억




공부하기 무척이나 싫던 고등학교 시절. 별다른 탈없이 학교를 잘 다녔지만 딱 한번 심하게 앓아본적이 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성적에 대해서 부모님이 관여를 별로 안했지만, 결석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아무리 아픈 날이라도 학교는 갔었다. 그날도 아침부터 몸이 안좋았지만 학교로 등교를 했고 자리에 앉은 이후로 몸을 곧추 세울수 없을 정도로 힘이드는 날이었다.

하루 수업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하루 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하교를 했다. 하루종일 책상에 엎드려 있는 동안 내가 왜 책상에 엎드려 있는지 물어보는 선생은 몇명 없었다. 그중에 특이하게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없었고 제대로 못가르친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었던 "꺼벙이"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이 큰 관심을 표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선생의 수업 시간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뒷자리 앉은 학생들끼리 도시락을 까먹고 딴청을 부리거나 선생이 교실 중간에 서 있는 동안에는 선생뒤에서 갖은 해괴한 짓들을 했다. 그래서 그 선생이 표한 관심은 진정한 관심인지 아니면 자신의 위엄에 대항해서 대놓고 학생이 반기를 든것인지 알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프고 난 이후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때까지 큰 병치레 한번 없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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