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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3. 11:13 - 독거노인

<상상의 공동체 -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에 대한 성찰>


민족주의의 기원을 따져본다면 어디서부터 보는 것이 옳을까. 그리고 민족주의가 가지고 있는 철학적 배경은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점들을 파고 들은 책이 엔드슨의 <상상의 공동체>이다. 책 제목처럼 민족주의의 기원은 구성원간의 상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집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상상이라는 것이 허구를 기반으로 하는 상상이 아니라 문화적 기반위에 만들어진 상상이다. 

중세에서 산업자본주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한 종교적인 공동체에서 상상의 민족 공동체로 넘어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문자 혹은 활자의 발달로 상상을 가능케 했다. 소설과 신문은 시·공간에 동시성을 부여함으로써 기존에 상상할 수 없었던 동시대의 사람들을 상상하게 해 주었고 덕분에 전혀 접촉이 없는 타지방 사람들조차 하나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성원으로서 상상하게 해주었다 ― 이는 상상된다는 말 자체가 가지는 사회적,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서 구성되고 부여된 역사적 공동체를 의미한다. 이 상상된 공동체는 왕조국가나 통치자에 의해서 지배권을 형성하고 강화하기 위한 관주도 민족주의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구세계와 대조적으로 신세계 ―앤더슨은 민족주의가 구세계보다는 신세계, 즉 아메리카에서 기원했다고 보고 있다. 민족주의의 발원을 구세계로 보는 관점은 유럽패권주의에 의해서 모든 문화적 기원은 구세계에서 기원하는 선민의식에서 기원한다고 주장한다 ―는 크리올에 의한 민족주의가 발전하게 된다. 식민지시대에 이민으로 인해서 신세계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크리올들은 식민지 교육을 받고 엘리트로서 성장하지만 식민지 영토에 소속된다는 이유로 더 이상 본국으로 올라가 성장할 수 없었던 이들이 식민지의 원주민까지 포용하는 민족주의를 발전시키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아시아 국가들은 식민지 시대의 제국들로부터 해방을 맞이하면서 민족주의에 눈을 뜨게 된다. 이들은 식민지 지배기간동안 받은 교육으로 이중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엘리트들에 의해서 제국주의의 민족주의를 모방한 관주도 민족주의를 실행하게 된다. 지역언어를 할 뿐만 아니라 제국의 언어를 배웠고 교육 받았던 이들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서 같은 지방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을 규합하며 제국주의가 내세웠던 센세서, 박물관, 지도등을 이용해서 민족공동체를 상상하게되고 실천한다. 

민족주의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지만 그 민족주의라는 단어가 가지는 철학적 기반은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준다. 이 단어만큼 모호하게 정의된 의미가 없다고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 단어만큼 현시대에 강렬한 영향을 미친것도 없을것이다. 소련의 붕괴로 발생한 내전의 많은 부분들이 민족주의적 살상이었으며,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내전들도 결국은 현대가 표방하는 민족주의라는 미명아래 서로를 죽이는 일들이 발생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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