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여행을 한참 할때 인도 여행을 다녀온 것이 무슨 훈장처럼 여겨지던때가 있었다. 인도를 여행한다는건 일반적인 내공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인도 여행을 마쳤다는건 배낭여행자들에게 성인식을 치른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행을 떠나면 누구나 센치해지기 마련이다. 그동안 얽매여 있던 삶에서 벗어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는 희열을 맛본다. 그게 여행이 주는 매력이자 마약과 같은 중독성 깊은 회한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동을 해야하고 노동을 통해서 삶을 이어가는 무한반복적인 시지프스적인 삶. 그 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모든것으로부터 일순간 자유로워질수 있다는 마력은 사람을 영원히 그 안에 머물고 싶게 만든다. 이런 순환의 고리에서 잠시 물러나 있게 됨으로써 자신의 삶의 순간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타인의 삶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인도는 이런 인간적 수행을 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장소처럼 보인다. 모든것이 가능하면서 모든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인도. 인간 태초의 혼돈을 가지고 있다는 인도. 거기에 몸을 던짐으로써 자신은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여유로운 착각을 일으키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도 여느 여행자처럼 그 감동을 잘 받아들이고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두루 내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인도를 돌고 돈다. 인도도 사람이 사는곳이기 때문에 인간이 가지는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 희노애락이 이성적인 사고로만 받아들이면 고통스럽고, 그것을 마음으로 이해하면 편안한 곳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범인으로 살던 사람이 어찌 쉽게 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범인들을 변화시키는 곳이 인도라고 한다. 작가도 어느 순간 범인에서 세상을 달관한 초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책의 제목은 <슬픈 열대>의 아류작처럼 보이게 만든다. 원주민들의 삶을 통해서 인류학적인 내면 성찰을 했었던 작품을 빗대어 혼돈의 세상이 존재하는 인도에 빗대어 삶의 의미를 반추해볼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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