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집어든건 순전히 책표지에 있는 그림 때문이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알수 없지만 너무나 이국적인 느낌의 표지을 보는 순간 책의 내용 또한 나를 끌어당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가 맘에 안들지만, 좋은 책이 나왔으니 눈감고 주문하고 말았다.
이야기는 세명의 싯점을 중심으로 진행이 된다. 나약한 지식인 왕원쉬안, 시대의 변화속에서 자신을 찾고 싶은 부인, 과거의 기억속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왕원쉬안의 어머니. 시대적인 배경은 일본이 중국 본토를 침략하고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은 일본군에 밀려 후퇴를 거듭하고 있던 시기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은 불안한 전운이 감도는 도시 충칭(重慶).
유약하고 자신의 인생에 모든것을 잃어버린 왕원쉬안은 지식으로서 앞날을 잃어버렸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의 안위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글들을 출판하는 출판사에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 그의 유약한 모습은 사회가 가하는 압박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만드는 시스템적인 압박에 잔뜩 움추리고 그저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과 같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일라 치면 사방에서 그에게 달려들어 물어 뜯을 것만 같은 잔인함이 묻어 나는 도시에 살고 있다. 이에 비해 왕원쉬안의 부인은 새롭게 변하는 사회에 아직도 자신의 청춘을 불사르고 싶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고 싶어하는 열망에 사로 잡혀 있다. 자신의 아름다운 미모와 사회적 지위 모든것을 잃고 싶어하지 않으며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 싶지만 그것은 연민인지 사랑인지 구별할 수 없고,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젊은 애인의 구애에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왕원쉬안의 옆에서 구시대적인 삶속에서 과거의 영화속에서 사는 어머니가 있다. 그녀는 결코 자신의 며느리에 대해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시대가 변했다고 믿으려 들지 않고 자신과 그의 가족이 속한 울타리는 결코 침범될 수 없는 고성으로 남기를 원하는 어머니.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몰락은 그녀에게도 쉽지 않은 인내를 요구한다.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며 가족의 울타리라 믿는 아들의 그늘 속에서 서성이며 며느리와 전투를 벌이는 어머니의 사랑은 자신을 몰락 시킨 시대에 대한 증오의 분수령일지 모른다.
바진의 무정부주의적 경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소설은 짙은 암운을 드리우며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그 결말이 나약한 지식의 몰락일지언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몰입의 원인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대립의 각이다. 하루 하루 피폐해지는 왕원쉬안과 그런 왕원쉬안의 옆에서 갈등하는 부인은 어쩌면 시대적인 희생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것도 또한 죄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시대는 사회적인 시스템으로부터 구성원들에서 강한 적응력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시작과 끝까지 흐르는 큰 맥락속에 존재하는 것은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이다.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던 갈등과 대립도 왕원쉬안의 나약한 죽음에 결말을 맞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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