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시절에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나 쇼에 열심히 쫓아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신기한것도 많았고, 일단은 업무중 지겨운 회사를 벗어나서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있었던 시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삼성동 코엑스에서 쇼가 열리고 사람들이 몰리는건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건 그 쇼 관람이 그리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시간을 보내고 눈요기 거리를 찾는 사람한테는 그저 시간을 떼우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카페쇼에 참석해봤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인파가 입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주 구성원이 여자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카페문화는 여자들이 주도를 하기 때문일까?
이번 카페쇼에 참석을 하면서 특별한 목적이 없었다. 내가 에스프레소 머신 기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욕구는 강하지만 자금 사정이 이미 한계에 와 있기 때문에 포기했고, 좋은 원두나 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미 냉장고에 원두 세일때 사다놓고 마셔보지도 못한게 봉지수만 여러개이기 때문에 그저 공짜로 나눠주는 에스프레소 맛이나 보다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카페쇼는 정신이 없고 뭐부터 챙겨봐야할지 모르겠다. 다른 쇼들처럼 이쁜 나레이터들도 별로 없고 부스들도 작고 인기 있는 부스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그 사람들 뒤에 서서 나두 몇잔 에스프레소를 얻어마셔봤다. 하지만 스페셜 원두를 취급한다는 부스에서 조차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못찾겠다. 일리같은 대형 브랜드에서는 원두를 갈아서 내리는 대신 캡슐로 서비스를 한다. 나하고 갭슐하고는 안맞는다. 일리 특유의 고소한 맛을 못찾겠다.
홍차들은 반값 세일을 하고 있었지만 고급홍차들이라서 패스. 이번 카페쇼에서 유일한 소득이라면 라마르조꼬의 스트라다 실물을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줄 서서 관람하는 차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많은 기능 개선이 이루어진것 같은 설명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의 줄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
역시나 목적없이 방황하던 카페쇼는 그렇게 한시간반남짓 헤매다 나왔다. 내가 잘 보지 못한게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별로 챙길만한것은 없었던듯하다. 카페를 차린다면 아마 기계 상담이나 받아보겠지만, 머신을 취급하는 사람들은 개인 애호가들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일구머신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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