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책의 제목을 보고 끌리게 되었다. 아편이라는 금기에 대한 중독, 이를 통해서 얻는 희열, 그리고 그 맹목적인 추구 때문에 사회적 지탄까지 받아야하는 약물. 하지만 아편이라는 것이 인류의 역사 깊은 곳에 숨어서 끊임없이 이어져온 약물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위안이었다.
책의 크게 부분으로 나뉠수 있는데, 전반부는 아편에 빠지게 되는 경위를 설명하고 있고, 후반부는 아편에 대해서 즐거움과 부작용에 대해서 그리고 아편을 끊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아편에 빠지게 될 수 밖에 없는 전반부의 기술이 이 책의 백미인 듯하다. 물론 중요한 것은 작가의 금지된 약물에 대한 그리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중독에 대해서 자전적 고백을 통한 자신의 성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가 태어난 환경에서 불우한 환경으로 뛰어들면서 스스로 그 고통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더 애뜻하게 다가온다.
지독한 가난으로 인한 인간적 한계에서 느끼는 고통과 절망적 삶이 주는 고통은 사람에게 마지막 남은 자존감 자체를 거부하게 만든다. 또한 이 고통은 그 시간만 지나면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삶을 지배하는 일부가 된다. 때로는 육체적 고통도 그 흔적을 길게 남기게 되는데 작가는 결국 그 고통을 잊고자 아편에 손을 델수 밖에 없게 된다.
약물의 중독은 서서히 리트머스지의 색깔이 변해가듯이 자신의 몸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올라온다. 그리고 결국 자신도 부정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순간에 중독은 절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편은 고통과 쾌락을 동반하는 물질이므로 어느 쪽을 선택하는냐는 약물에 중독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일 것이다. 작가도 스스로 약물을 끊겠다고 선언하지만 책이 완결되는 순간까지 완전히 약물을 잊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에서 느끼는 작가의 깊은 성찰은 내면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서 스스로를 돌아봄으로써 가치가 있는것 같다. 인간이 스스로 타락함을 고백하고 그 고통의 내면을 비춰주는 이야기는 어떤 자전적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가치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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