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에서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할복에 대한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봐서 그런지, 일본에서 동반자살 혹은 자살에 대해서 웬지 낭만같은 것이 깃들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장미나 숭고미 이런것을 원할지 모르겠지만 그저 낭만적인 이벤트처럼 가볍게 여겨진다는거다. 사람의 죽음이 이렇게 가볍게 다뤄질수 없지만, 일본이라는 나라가 나에게 심어준 이미지는 이렇게 가볍게 붕붕 떠 있는 것이다.
인간실격은 제목만큼처럼 일본 전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걸어가는 한 인간의 소멸기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을 거쳐서 사회라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로 정의하고 타인을 향해서 광대짓을 하면서 절대로 내면의 깊은 곳을 보여주지 않는 요조.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이 느낄 수도 있는 절대적 고독을 내면에 체화하고 태어난 인간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타인을 향해서 웃고 있고 웃길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공허하고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는 비어 있는 공간만을 소유하고 있는 인간.
번역이 그런것인지 작가의 문장 자체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문장이나 문체는 너무 단순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단순한 문장들이 요조라는 인물의 내면을 직설적으로 들어나게 해주는 효과가 있는것 같다. 사실을 너무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고 마치 작가와 독자들 사이에 종이 한장 존재하는것처럼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는 효과가 있다.
책은 여러편의 단편들을 같이 싣고 있는데, 그나마 우울해졌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덮어줄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같이 실려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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