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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28. 09:07 - 독거노인

stumpdown 커피 - 이가체프 그리고 머신 이야기


1. 미국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2개의 스텀다운 커피를 선물 받았다. 하나는 에스프레소 블랜드인 헤어밴드였고 하나는 이가체프였다. 헤어밴드가 워낙 유명해서 받자마자 먹었고 그 맛에 감탄하면서 너무 오래된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면서 나머지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사먹기 쉬운 이가체프라서 그냥 잊고 있었다.

거의 2달이나 지나버린 커피라서 과연 이게 맛이 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마침 집에 커피가 슬슬 떨어져가고 있어서 그냥 한번 맛보고 맛이 없으면 방향제나 청소용으로 사용할려고 했다. 그런데 그라인더에서 나오는 커피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게다가 에티오피아 특유의 꽃향기가 번지는 것이다. 급하게 에스프레소로 뽑아보니 아직 마실만할 뿐만 아니라 향이 나름데로 괜찮았다. 거의 2달이나 지나버린 원두에서 이런 맛과 향이 난다는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커피들은 로스팅된지 2주정도만 지나면 맛이 급하게 떨어질뿐만 아니라 안좋은 맛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스텀다운의 커피는 그런 안좋은 맛이 적고 원래의 향과 맛이 어느정도 보전되고 있다는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 요즘은 머신에 대한 생각들이 많이 변하고 있다. 처음 좋은 머신을 사기전에는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지만 막상 사용하다보니 역시 기계의 사용자의 한계가 더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에스프레소 추출에는 여러가지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수들을 고정 시키고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게 조절을 해야하는데 모든게 귀찮아서 그냥 대충 사용하고 있다. 특히 추출 온도는 잘 맞춰봐야하나 대충 쿨링플러쉬만 하고 끝내는 상황. 좋은 머신이 들어오면 정서이 더 들어갈듯 했으나 오히려 쏟는 시간은 줄이고 대충 뽑아마시고 있다. 그래도 머신이 좋으니 어느정도 질을 유지해준다. 역시 기계는 돈에 비례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3.  홈바리스타의 리뷰를 읽어보면 "
Morning After"컬럼을 만들어놓고 등급을 평가한다. 처음에 이게 뭔 의미일까 고민을 했는데, 머신을 사용하다보니 그 뜻을 알게됐다. 가정용 고급 머신들은 Warm-up 타임이 필요하다. 특히 열교환식 보일러를 가진 머신들은 추출 온도를 올리기 위해서 보일러를 계속 가동해야되는데, 이게 머신을 커놓은지 20~30분정도 되야 제대로 된 온도를 내준다. 하지만 가장 최적의 조건을 만드는 시간은 1시간 이상 켜놓았을 때이다. 확실히 추출온수가 급격히 온도가 올라가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머신을 켜고 1시간 이상 가열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추출에 필요한 최소의 시간만을 할애하고 바로 에쏘를 추출하게 된다. 결국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신예열하고 바로 뽑는 에쏘는 최적의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 느낄수 있는 에쏘의 질을 "Morning After"로 봐야하는게 적정할 듯하다. 물론 외국에는 타이머를 셋팅해서 새벽에 자동으로 머신을 켜는 시스템이 있지만 전압이 달라서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머신을 가동시킬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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