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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18. 09:53 - 독거노인

<코친에서는 저녁에 샛별이 뜬다>


자신이 사는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대한 인상을 받는 것은 상당히 모호한 것 같다. 우리는 쉽게 이 나라는 이래. 그리고 국민성은 이렇다고 편견에 빠지기 쉽고 그런 편견속에서 그나라 사람들을 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타국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개별적이고 아주 사적인 만남이다. 그들을 이해하는데 개별적이고 사적인 만남속에서 그동안 머리속에 남아 있는던 국민성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들을 부숴 버리고 그 조각난 부분들을 새로 채우는 과정은 매우 힘들일이라고 생각된다. 개별적으로 만나는 타국의 사람이 그 나라를 대표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 나라의 사람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런 개별적이고 개성적 만남이 그 나라의 국민성을 형성하는 과정이니까.


저자는 2001년 인도 코친으로 이주를 해서 2005년까지 살면서 느낀점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남겼다고 한다. 그 시기 인도는 경제성장의 한가운데 있었고 나름데로 새로운 인지도를 얻고 있던 시기다. 저자가 이주한 코친은 오랫동안 무역항으로 번성한 곳이며, 많이 이들이 기독교를 믿는 곳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공간은 힌두교와 기독교와 온갖 종교들이 뒤섞인 곳이고 그들 나름데로의 또 다른 인도 남부의 특성을 간직한 곳이다. 


아이들의 학교 문제는 영국식 교육형태를 따르는 인도 사립학교에 들어감으로써 해결했다고 한다. 영어와 코친에서 사용하는 지방어를 배우고 시험을 준비하고 아이들이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을 새로 사귀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얽히는 부모들의 문제도 있고. 어쩌면 아이들의 적응 기간은 어른들보다 훨씬 바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만큼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고정관념이 적기 때문일 것이고 훨씬 많은 시간을 인도아이들과 지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저자가 사는 공간은 인도의 고급 아파트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과 엮여 있다. 나름데로 중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지만 다양한 문화가 얽혀 있다. 그중에 그녀의 친구로 등장하는 아르띠는 힌두교도이면서 전통적인 인도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여인이다. 이 여인을 관찰하면서 따뜻한 인도인의 정을 느끼며 인도인의 가정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여행한 코친은 나름데로 깨끗한 도시였으며, 전혀 인도스럽다-흔히 이야기되는 구걸하는 거지들과 길거리에 널부러져 있는 소때들-고 느껴지지 않은 곳이었다. 저자가 글을 쓸때와 지금은 엄청난 변화가 쓸고 지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과 역사적 유물(무역항,중국식그물망)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사진 찍기 좋아하는 모습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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