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대선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잠정적으로 믿고 있던 사실들이 이제는 더 이상 희망이라는 단어로 미화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이 들어난 이상, 더 빠르게 포기하고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긴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 맞을 거 같다. 생각을 해 보는 동안 내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조금씩은 알아야할 것 같아서 이 책을 선택했다.
책 앞부분은 조희제라는 사람의 입발림으로 시작한다. 이승만 정권의 한계성보다는 그가 깔아놓은 밑바닥이 크다고 헌사로 시작한다. 그리고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는 필연적인 정당화 하기 위한 요인들을 설명한다. 박정희의 쿠데타 원인이 무었이었든, 그가 정권을 잡은 후 정권창출을 위한 하나의 정당성이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 경제 발전 카드를 집어 들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경제발전을 위한 롤모델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이다. 쿠데타 직후 일본 메이지 유신에 관련된 책들을 섭렵하며, 일본의 발전상을 따라 가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한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은 막부시절 하나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던 천황을 전면에 내세우며 신격화 과정을 거치고 실질적인 권력은 천황으로부터 제거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구심점이 존재했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의 단합을 가져올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막강한 부국강병을 외치는 일본식 발전을 드라이브 할 수 있었다. 박정희에게는 무혈로 시작된 메이지 유신이 갖는 의미와 그 이후의 부국강병 정책들이 큰 연구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 천황과 같은 구심점 역활이 한국에서는 '경제발전'이라는 이데올러지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박정희 정권이 타파하고자 했던 구시대적 유물들 중 낡은 유교 체제는 그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체제의 커다란 밑거름이 된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부터 올라가야하는 경제발전은 투입할 수 있는 것들은 정부가 집중하고자 하는 산업에 집중되었고, 그를 위해서 노동자와 농민의 희생을 기반으로 했다. 이는 서구 사회에서 커다란 저항을 불러 올 수 있는 착취였지만, 유교적 전통에서는 중앙권력에 통합되고 순응하며 인민으로써 자신의 직업에 충실한 것을 이상적인 모델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순종적인 희생을 받아들이기 쉬웠다는 것이다. 또한 박정희 정권은 산업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교육이라는 제도도 하나의 소모품으로써 작용할 수 있는 인간을 양산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활용한다. 인문교육보다는 전문적인 기술교육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서 산업화의 훌륭한 투자상품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유교적 전통에서 강조한 교육을 통한 입신양명형의 관료들을 활용한 경제 정책들은 박정희 정권의 가장 성공적인 정책추진이었다. 일본에서 교육받은 경제 관료들은 박정희 정권이 모방하고자했던 메이지 유신을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추친했던 것이다. 그들은 군부의 압력으로부터 어느정도 자유롭게 정책들을 시행할 수 있었고 덕분에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서 성공 가도를 달릴수 있었다.
박정권에서 추진한 정책들은 가용 자원은 모두 공업화와 경제발전을 위한 공공사업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 결과 민생경제는 커다란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그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 고도성장을 지속했다. 이는 실질 임금은 계속 저임금 수준에 머물도록 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이는 국민들이 짊어진 경제성장의 그늘이었다.
이 책에서 논의 되고 있는 또다른 시각중 하나가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적 효과다. 현싯점에 인구감소와 더불어 노령화를 걱정하는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면 굉장한 아이러니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싯점이 오래전이긴 하지만 1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단기적인 정책으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멜더스 인구론이 이미 한물간 싯점에서 박정희 정권에서는 먹여살려야할 인구가 너무 많다며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했었다. 이에 따라 부양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더 많은 저축과 고육에 투자할 수 있었다는 이론인데, 이게 어느정도 타당한지는 모호하다. 부양인구의 감소와 여성인력의 사회 진출로 경제활동 인구 증가와 생산력 증가적 측면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이라는 것은 적용 싯점과 현싯점을 비교 결과 현싯점의 부작용들을 본다면, 분명 정책들의 작용과 반작용의 사회적 효과가 항상 존재해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걸 되새기게 된다.
책에서도 논의 되고 있지만, 박정희 시절 추진했던 정책들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중공업화를 추진하면서 중복투자와 비현실적인 예측으로 인한 잘못된 투자 등을 결과를 빚었다. 하지만 이런 오류에도 불구하고 포항제철의 성공은 기적과 같은 것이었다. 아마 시행착오와 반복적 추진이 결국 성공 가도에 올라서게 한 유인이었을지도 믈겠다. 하지만 이런식의 성장은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데 결국 IMF 사태라는 결과도 어쩌면 예견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박정희 정권이 추진하던 경제정책들은 전두환 정권에서 수정을 거치지만 크게 틀을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재벌들을 통한 경제규모 확대와 밀어주기식 관행들은 기업들의 방만한 운영과 문어발식 확장을 묵인해주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절 경제에 대해서 할말은 많지만 길게 쓰고 싶지 않아서 줄인다. 이미 그의 시절은 끝났고 그의 업적은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분명 그 댓가는 후세가 짊어져야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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