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6. 09:00 - 독거노인

< 조선왕조 사회의 성취와 귀속>


한국인에게 족보란 무엇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족보란 과거의 흔적일 뿐이고 자신과는 무관한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대부분의 양반 족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혹은 양반 족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진위성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누군가 족보를 사거나 혹은 위조했다고 한다면 그만큼 아직도 자신의 뿌리가 되는 조상의 흔적이 중요하게 기억되고 있으며 타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들어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족보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도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하나의 믿음이 될 수 있는 수단이다. 저자는 이 족보를 연구함으로써 조선시대의 지배 계층의 시대적, 환경적 배경과 구성원들에 대한 구성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다. 


이런 확인 작업을 위해 조선시대 과거에서 급제했던 사람들의 명부를 전부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족보를 확인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그들간의 상호관계와 급제자의 문벌 확인 그리고 가계도의 확인을 할 수 있는 기본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한국 사학계에서는 큰 과심을 가지지 않던 족보를 지속적으로 추적함으로써 그들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되고 연결되었는지를 파악한 것이다. 게다가 조선시대의 넓지 않은 관료계층이 과연 신구세력이 존재했는지 아니면 기존에 형성된 상위 계층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선 사회는 과거제를 통한 관료등용의 문은 열린 구조였지만, 사회적으로 신분적 구조는 고착화되어 있었고 통혼을 통한 권력층의 상호연결은 고려 시대부터 지속적으로 형성되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주요 문벌 가문들은 조선초 시작해서 지속적으로 조선 정치사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봐야겠다. 물론 어느 문벌의 쇠락하고 어느 문벌이 중기 이후에 등장하여 번성하는 흥망성쇠는 거쳤지만 전통적으로 권력을 형성하고 있던 양반 집안은 그 지속성이 꾸준히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신흥 관료들이 유입되는 함경도 쪽은 17세기부터 등장함으로써 조선이 어느 특정 집단에게만 정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의 왕족 집안은 처음 얼마동안 법적으로 정계진출이 막혀 있어서 정계에 등용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 급격히 세를 불린 것이 보인다. 이런 경향이 음서제도를 통해서 권력의 대물림이 발생했다고 굳이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은 그들이 정계에 진출해도 분명 고위 관료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과거제를 다시 거쳤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능력이 중시되는 사회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관리들의 능력을 중시하는 조선사회는 전통적으로 왕의 권한이 약했고, 대신들은 간쟁을 통해서 끊임없이 왕권과 그 세력들을 견제했기 때문에 왕은 때때로 사화를 통해서 자신의 권위와 권력을 지키고 싶어했다. 때로는 반정이라는 쿠데타를 일으켜 왕은 추출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왕은 항시 불안해 떨어야했던 것도 사실이다. 약한 왕권을 향한 대간들의 간쟁은 사화 때문에 일시적으로 간쟁을 줄이거나 약화되기는 했지만 결코 간쟁을 포기하거나 약화시키지는 않았다. 결국 왕도 위축되게 만드는 이런 막강한 간쟁 기능을 조선 권력기구의 균형을 잡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이를 통해서 500년 조선 왕조가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을 마련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간쟁은 권력이 강한 세력에 쉽게 휘둘릴수 있는 약한 기반으로 변질되었고, 당쟁으로 인한 폐착을 극복할 수 없는 연약함을 들어냈다.


조광조가 이루고자 했던 유교적 개혁은 기존 권력층과의 충돌로 실패하고 결국 사화를 통해서 그들이 제거되는 과정을 거쳤지만 실질적인 사림세력의 등장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사화를 통해서 제거된 인물들이 대부분 한양을 중심으로 한 권력층과 연줄이 닿아 있는 구양반 세력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이익을 위해서 따라서 조광조를 따랐으며 사화를 당한 후에도 다시 복귀하여 중앙 정계에 권력을 유지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조선시대 존재했던 훈구와 사림의 대결과 같은 지역적 혹은 신구의 대결에 대한 통설은 족보와 과거 당선자에 대한 자료를 연결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함으로써 그 속에서 들어나는 검증과정에서 비판 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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