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벤더슨가 오즈 야스지로의 <도쿄 이야기>를 회상하며 도쿄에 도착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그가 존경하는 오즈 야스지로가 찍었던 도쿄는 어떻게 변했을까. 오즈 야스지로가 그리던 도쿄는 세계 2차대전에서 패한 후 패전의 잿더미위에서 서서히 경제발전을 구가하며 복구하던 시절이다. 빔벤더슨이 방문한 1980년대의 도쿄는 그 경제발전 과정에서 최절정을 향해 가던 한 중간이었다. 내가 도쿄를 방문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훨씬 넘은 90년대 후반이었다. 그때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속에서 휘청거리고 있던 때다. 모든 것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도쿄는 나에게 보여줄 것이 없는 외로움 밖에 없는 도시였을까. 너무나 외로웠던 도시 도쿄가 생각난다.
오즈 야스지로는 패망한 일본이 경제발전을 위해서 전력투구할 때 지나간 영화를 그리워 하며 변해가는 일본을 찍었다. 그의 이야기는 동어반복적으로 진행되며 등장 인물들도 계속적으로 같은 배우들이 돌아가며 등장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이렇게 크게 변하지 않는 이야기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반복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지만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영화는 다시 반복되지 않으며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세대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들은 주어진 자리로 물러나야 할 지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빔벤더슨이 보여주는 도쿄의 모습은 내가 보았던 도쿄보다는 활력있게 보인다. 어쩌면 내가 방문했던 도쿄는 짧은 기간동안 우울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빔벤더슨의 카메라에 잡힌 시부야 공원과 도쿄의 빠징꼬는 끊임 없이 새로운 에너지를 쏟아내고 담아가는 모습이었다. 빔벤더슨이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10년뒤의 도쿄를 본 나의 눈에는 경제적 활황기에 있는 도쿄라는 인식 때문에 과거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들만의 즐거움 속에서 더 이상 과거를 회상하고 있지 않는것처럼 보인다.
오지야스지로의 영화에서 주로 노인역을 했던 남자 주인공과 촬영 감독 인터뷰는 오지 야스지로의 인간됨과 그의 권위를 보여준다.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촬영장에서 완벽함을 추구했던 감독. 자신만의 스타일에 집착하고 끊임 없이 이야기를 재생산해내면서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그의 이야기들. 어쩌면 급격히 변하고 있던 시절의 멈출 수 없는 순간들을 자신만의 화면 속에 잡아 놓고 싶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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