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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11. 09:00 - 독거노인

<두려움과 떨림>


인터넷 SNS를 통해서 이 책에 대해서 읽자마자 일본에 대한, 정확히 일본 현대 사회가 가지는 대인관계 양식이 궁금해졌다. 특히, 일본인 내부적 인간관계가 아니라 외부인으로 일본인들 사이에 들어갔을 때 그들이 가지는 차별의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궁금해졌다. 일본이 극히 배타적인 사회라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회사라는 매개를 통해서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일부를 보내고 해외로 떠돌던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서 자신의 내면적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으로 돌아와서 무역회사에 취직한다. 그녀는 자신이 회사에 일원으로써, 그리고 자신의 내면의 일부로써 동화도기를 원하지만 첫날부터 큰 벽에 부딪힌다.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외국인 그리고 일본의 예절을 정확히 알고 있는 여자 사원이 외부 손님앞에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본적 예절을 구사하며 손님에게 차를 접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부사장에게 불려가서 그녀의 존재 자체, 의미 자체를 지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간단한 일화이고, 저자의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기는 하지만 일본 회사 문화(1990년대)의 일면을 정면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소설인 것 같다. 어쩌면 너무 과장된 듯한 격식과 체면, 행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바라 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소설 자체가 가지는 유머러스하고 실랄함을 차치하고 일본이 가지는 내면에 품고 있는 형식과 체면 그리고 격식이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정확하게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이런 일본적 표출 양식은 개인적으로 에도 시대에 형성된 사무라이들의 형식과 격식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평화 시기에 무사가 할 일이라고는 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절제된 표현양식과 절제되었지만 자신을 들어낼 수 있는 양식이 필요했고 이런 것들이 현대로 넘어와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일본인들의 내면을 형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예의바람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아마도 이런것들이 밖으로 들어나는 한면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그런 형식적인 면들이 결코 인간의 내면을 들어낸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때는 지독하게 표출하는 데 있다. 제한된 질서 속에서 가둬둘 수 없을 정도로 표출되는 무너짐은 어떻게 수용해야할 지 잘 보여주는 부분도 있다.


책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기가 이미 한참 지나가버린 시간이지만 결코 시간이 지났다고 쉽게 바뀌지 않는 부분도 있음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서 면면이 누적되어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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