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미국 제빙공장에서 간단한 식료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데서 편의점이 시작되었다 일반 식료품 점포가 문을 닫는 저녁 시간이나 일요일에 이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 편의점은 선벨트 지역에서 성행하였고, 곧 세븐일레븐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1989년에 편의점이 처음 출현했다. 그 전신은 1982년 롯데쇼핑이 '롯데세븐'이라는 이름으로 약수동에 오픈하면서 시작되었다. 뉴코아도 잠원동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동참했다. 두 기업 모두 오래 가지 않아서 시장에서 철수 했다. 1989년 5월 미국계 세븐일레븐이 서울 송파구에 처음 오픈하면서 편의점 시대가 개막되었다. 세븐일레븐은 후에 일본 기업에 인수 되었다. 초창기 편의점은 고학력 중산층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에 주요 입지였다.

프랜차이즈라는 말은 'Frank + ize'에서 나온 말로 '프랑크 사람처럼 만들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프랑크 족의 추장들은 새로운 땅을 정복한 다음 부족에게 광산이나 농장 같은 주요 자원에 대해 사업권을 넘겨주는 대신, 로얄티를 강제하는 방식으로 해당 지역을 지배했다고 한다. 편의점도 프랜차이즈화를 통해서 급속히 확장하고 사업 영역을 늘려감으로써 자신의 세력권을 넓혀 갔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편의점 1개당 인구가 4000명 이하로 떨어지면 '성숙기'에 접어 든 것으로 본다. 2012년 기준으로 현재 편의점 1개당 인구수는 2075명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성숙기를 넘어서 원숙기로 접어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영세 사업체들 가운데 그나마 프랜차이즈 체인형 편의점이 생존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여관업, 노래방에 이어서 편의점이 세 번째 생존 기간이 긴 업종이다.

정부산하 통계처의 산업 분류 체계 자체가 프랜차이즈 체인형을 쳔의점의 기본 모델로 상정하고 있다. "단일 경제 주체가 일정한 시설을 갖춘 매장에서 종합 상품 체인 공급업자와 체인 계약을 체결하고, 편의점 운영에 필요한 식료품 및 담배 위주의 각종 상품을 계속적으로 공급 받아 24시간 판매(소매)하는 상업 활동"을 편의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독립형' 편의점이 들어설 입지 자체가 좁다는 것을 의미하며,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어느 정도 정부가 육성한 면이 존재 한다고 할 수 있다.

편의점 확산은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도시화 정도와 지역 경제 수준에 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인구와 소득 수준, 그리고 편의점 분포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 관계가 있다고 보인다.

편의점은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 상식과 문명이 있는 장소, 그리고 가깝고 부담 없는 이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편의점 운영 비용에서 수도, 광열비는 편의점 운영 경비 구성에서 인건비와 임차료에 이어서 세번째로 높다. 이는 냉방, 명도, 위생, 청결 등에 소요되는 액수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편의점에 의해 '소비하는 인간(Homo Consumus)'으로 만들어지고 길들여지는 측면이 있다. 편의점에 의해 필요가 생기는 논리 구조다. 소비는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사회화된 행위로 규정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은 유통 분야에 있어서 효율성과 계산성, 예층 가능성, 그리고 통제성으로 대변되는 합리적 근대 사회의 대표적 화신이다. '분노도 없고 애정도 없는 혹은 미움도 없고 열정도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린다.

시간의 문제는 달리 표현하면 속도의 문제다. 공간을 중시하던 과거 왕권 사회에서 '지도가 돈'이었다면,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시간이 돈'이 된다. 따라서 자본 축적의 방법은 '시공간의 압축(time-space compression)'에 있으며, 그 비결은 빨라진 속도다. 자본주의 역사는 곧 생활 속도가 증가하는 과정이다. 1990년대 세계화 추세 및 자본주의 야간 확대 과정에서 이루어진 편의점 국개 정착 과정을 설명 할 수 있다. 편의점이라는 외래종이 국가간 혹은 지역간 문화적 차이를 소멸시킴으로써 세계적 동일 문화 혹은 무장소성을 초래하기보다는 오히려 집단의 장소 정체성을 부각하는 경향으로 자본 축적과 확장을 진행한다. 이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삶의 양식의 대변혁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