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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 28. 09:15 - 독거노인

글쓰기



머릿 속에는 쏟아낼 말들이 한가득 하다. 그리고 멋진 상상들로 가득하다. 그 멋진 말들과 멋진 상상들은 현실에서 결쳐 실현되지 않는다. 마치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만큼이나 허무하다.



손에 만년필이 주어지고 물질적 현실 위에 나의 상상들을 구현보고자 시도를 한다. 분명 머릿 속에는 뭔가 한가득인데 막상 종이 위에 쏟아지고 있는 말들은 허무하고 절망적이며 단조롭다. 내가 단조로운 사람이라는 건 나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글마저 나의 성격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베껴지고 있는 것이다.



나의 지인들 중에서 글 쓰는 것은 자신있다고 자부하던 사람들이 몇명정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몇몇 있다. 하지만 난 그 사람들의 글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사람들도 나처럼 머릿 속에 있는 멋진 상상들을 쏟아내지 못하고 어느 막다른 골목에 갇힌 걸까, 아니면 이미 현실을 알고서 그런 시도를 포기한 것일까.


저 에스프레소를 사약처럼 들이키고 나 안의 찌꺼기들을 대신 쏟아내고 싶다.


나이가 드니 꽃이 좋아진다. 심지어 조화일지언정.


그렇게 포기하고 그저 자신 안의 상상으로 남는다면 그 순간만큼은 행복할지 모른다. 아니 그런 상상을 품고서 영원히 머물러 버린다면 영원히 행복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행복조차 가지지 못하고 우유부단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리고 한숨과 함께 그 찌꺼기를 여기에 이렇게 쏟아 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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