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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 21. 09:00 - 독거노인

<일본직설>


일본이라는 나라는 한국에 있어서 컴플렉스와 같은 존재다. 일제 식민지를 거친 역사와 산업발전에 따른 선진형 모델일 뿐만 아니라 자본과 재화를 수입해야되는 나라다. 민족적 감정은 극일을 달리고, 실제 경제는 일본과 밀착되어 달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일본을 욕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미래라며 항상 일본을 바라보고 일본에서 한국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찾으려 해 왔었다. 일본이 장기불황에 허덕이자 그 영향력도 어느정도 줄어 들었고, 이제는 중국으로 그 관심이 많이 옮겨 간 것도 사실이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일본 국민들은 공기(空氣)에 좌우되는 민족이다. 전체적인 시류와 흐름에 의존해서 그 방향이나 향배에 어긋나는 일을 하려는 사람은 바로 낙인 찍히고 이지메를 당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집단주의적 모습을 띄는 일본의 내면일 것이다. 어느 하나 개인이 튈 수 없는 상황. 이 모습은 분명 장단점이 존재한다. 한국처럼 튀고 돌출행동을 하고 정부와 권위에 도전하는 민족과 얼마나 뚜렷하게 대비되는가. 그렇지만 공기의 분위기에 순종하고 체념해 버리는 일본의 모습이 결코 장점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제도와 권위에 의존해서 체계적인 사회를 이끌어 가는 모습은 좋지만, 그 시스템이 잘못되었을 때 어느 누구도 나서서 개선하자고 촛불을 들지는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넓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잘 조직되어 있는 사회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좁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질 수 있는 모습이 튀고 한가지에만 올인해서 그 끝(정점)을 이루어내는 민족이다. 일본의 ABK48처럼 기획되어 실수를 만회하고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시도해 보고 자신들의 모습을 찾아가기에는 우리나라가 가진 자원이 너무나 빈약한 것이다.


저자가 1편과 2편 마지막은 똑 같은 글로 마무리 하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작가라면 앞의 내용을 복사해서 뒷편에 그대로 싣는 동어반복적 행위는 하지 말아야하지 않을까 한다. 1편과 2편 사이에 분명한 기간적 차이가 있는 데, 이렇게 성의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고자 똑 같은 내용을 복사해서 사용한다면 책을 끝내려고 애쓰는 입장에서 허무하기 짝이 없다.


저자가 원하는 결론이란 결국은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미국에서 좀 더 로비를 하고 미국과 더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마 저자가 속한 집단에 이익되는 일을 좀 더 한국이 나서서 해 주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분명 저자가 글을 쓸 당시에는 한국의 외교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외교라는 것이 꼭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것이 TPP에 대한 제안이 나왔을 때, 일본은 나라의 승패가 달린 듯 절대적으로 달려들고 있었고 한국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친중국 연합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저자도 이야기하는 것처럼 TPP가 완성되었다면 한국에 얼마나 치명적이었을까.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이 바뀌고, 한국도 대통령이 바뀐 상황에서 허무하게 끝나버린 TPP를 본다면 과연 외교라는 것이 얼마나 미래를 보장하고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물론 이번 경우는 한국이 너무나 운이 좋았다. 그렇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미국만 바라보는 형국으로 갔다면, 아마 지금은 한국에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뿐만 아니라 TPP에 대한 미운살까지 박혀서 이중고를 겪고 있었을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적 의존도가 5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어쩌면 현재 상황이 외줄타기와 같은 형국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불안해 하는 것과 같이 친미적 영향력을 발휘한다고해서 트럼프가 운전하고 있는 전차에 올라타는 것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세계화라는 명본을 내세워 대기업 하나를 말아 먹은 김우중을 스승으로 모시고, 군부독재에 핵심 역활을 한 김종필을 역사적 인물로 평가하는 책을 내가 왜 돈주고 샀을까 하는 우울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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