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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21. 09:09 - 독거노인

[넷플릭스] 사케의 탄생



일본 전통술을 만드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술 만드는 과정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일본 전통주나 한국의 전통주나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추측만 했다. 그리고 다큐를 봐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공장화된 일반 전통주들의 만드는 과정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전통주를 만드는 사람 들이는 노고와 헌신은 어느정도 이해가 됐다.


술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일본도 고된 노동에 대한 회피와 음식과 술에 대한 취향들이 변하고 있음을 본다. 직업 윤리나 직업의식이 희박해지고 있는 현대에 노동에 대한 댓가를 제대로 지불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힘든 직업을 누가 과연 선택할 것이며, 자신이 단순히 전통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 자부심으로 힘든 노고의 시간을 견뎌 내는 댓가란 무엇일까. 현대의 편한 직장과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은 그만큼 보상을 해준다는 이데올러지를 품고 있다. 그렇지만 그 이데올러지는 효율성이라는 장벽을 만나면 그 시선을 피하고 만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더 높은 생산성을 내는 누군가가 내 자리를 노리고 있으며 자신을 쫓아 오는 그 간극은 극히 짧은 시간만 남았다고 붉은 경고등을 켜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압박감과 위협만이 시스템을 지탱한다고 믿게 만들어 그 시템과 이데올러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은 그 명맥을 유지하고 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시간을 투자해야되고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느린 시간들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효율성과는 공존의 가치가 극히 적게 느껴지고 실제로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그 생명 장치를 유지하기 힘들다. 


내가 일본 사케를 먹어 본 것은 어릴적 잠깐 출장 갔었던 도쿄의 어느 선술집에서 시켜 마셔본 한잔이 전부다. 그 전에 마시던 맥주에 비해서는 너무 밋밋하고 단조로운 맛이었지만, 지불해야되는 술값이 아까워 억지로 들이켰던 기억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사케가 가지는 풍미와 맛을 전혀 모른다. 게다가 쌀을 어느 정도 도정하느냐에 따른 사케 등급을 보면서(그리고 사케를 마시는 이들의 도정 정도에 따른 사케 맛 차이는 무의미하다고 하는 언급에 맞춰서), 과연 저렇게 고된 노동의 댓가로 만들어낸 사케에서 일본 젊은이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향과 맛에서 와인이나 싱글몰트 그리고 맥주의 풍미를 능가할 수 있을까. 그 비싼 가격을 내고 마시는 술에서 그 어떤 의미와 맛을 찾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눈 내리는 풍경을 배경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노동의 현장 속에 남아 있는 그들의 뒷 모습에서 애잔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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