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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31. 09:34 - 독거노인

[넷플릭스] 킹덤


한국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공포영화, 좀비물 같은 하드코어 한 장르는 절대적으로 피하는 성격이라 처음 이 드라마가 언급될 때 별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니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전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서 망한 한국 좀비영화 같은 수준일까. 아니면 <새벽의 저주> 같은 B급 좀비영화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먼저 영화를 감상하기 전에 조선시대를 개괄적으로 보고 시작해야겠다. 기나긴 역사를 가진 만큼 조선시대를 어떤 특징적인 요소로만 묶어 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양대 전란 후의 모습을 이 드라마가 배경으로 삼고 있으니 나도 거기에 촛점을 맞춰봐야겠다. 조선 왕권은 권력이 굉장히 약한 왕이었다. 우리가 흔히 사극에서 보는 폭군을 떠오르면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왕을 전형적인 왕권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조선의 왕들은 끊임 없이 신하들로부터 권력에 대한 견제를 받았고, 경연을 통해서 스스로를 절제하는 왕이 되어야 했다. 신하들의 당파 싸움이 나라와 인민을 등한시 한 부분도 있지만, 실제 특정 집단이 절대 권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걸 견제하는 역활을 했다는 견해도 있다. 


조선의 유교 기반은 너무나 유명하지만, 그 댓가는 혹독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특히, 무보다 문을 앞세웠던 시절이기 때문에 국방을 포기하고 자신의 방어를 결국의 중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고 양란은 그 참혹한 결과를 말해 준다. 그럼에도 유교적 질서가 조선시대 500년을 관통하면서 만들어낸 사상은 일반 하층민까지 퍼져 결국은 모두가 때가 되면 제사를 지내야하는게 예절로 잡을 정도였으니 그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상상으로 짐작하기 힘들다. 이 신분제 사회에서 상류층은 명문 양반 가문만이 누릴 수 있는 명성과 권력을 조선시대를 통해서 지속 시켰다. 역성 혁명으로 고려가 망하고 조선시대이 건국되었지만, 명문 가문은 결코 세대 교체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내용을 보면 얼마나 그 권력과 명성이 공공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조선 초기에는 중앙의 권력이 지방까지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으니 지방 권족들은 자치 국가와 다름 없는 존재였다.


조선의 경제는 후반으로 들어가면서 소농화되면서 발전을 했다고 하지만 조선의 궁궐은 재정적 기반이 상당히 빈곤한 나라였다. 왕도 자신의 권력으로 마음껏 사치를 누릴 수 없도록 끊임 없이 견제를 받았으니 그 재정적 기반이 얼마나 취약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화폐의 유통도 지역적으로 시대적으로 일정정도 일시적이거나 혹은 지엽적인 유통이 한계였다. 화폐를 주조하고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엄청났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렇게 따져보면 <킹덤>이라는 드라마가 나름 시대적 배경을 잘 설정하고 그 역사적 배경을 잘 이용하는 드라마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중앙의 권력 싸움 배경을 궁궐 안쪽에만 머물지 않고 지방으로 끌고 가서 그 배경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시각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보는 재미를 준다. 한양의 인민들이 사는 골목의 더러운 모습이라던가 간간히 보여주는 사대부의 집안들도 상당히 잘 된 재현이라고 생각된다.


이 드라마를 어두운 밤화면만 보면서 좀비들에게 받치기에는 아까운 아름다운 영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안동을 배경으로 할 때는 한국적 자연배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중간중간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첫화면의 인트로를 볼 때는 잘 만들어진 영상미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만큼 드라마 화면에도 잘 녹아들어간 영상미를 놓치지 않는 것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이 만들어낸 탐욕은 꼬리를 물고 퍼져 간다. 누군가는 권력을 향한 탐욕이었지만, 누군가는 그 바닥에 눌려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고,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는 역사의 뒤안길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 시간을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여유 있는 자들은 분명 자신들이 가진 것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 그리고 그 욕망의 끝을 보기 위해서 몸부림 칠 뿐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의 단점은 확실히 들어난다.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잘 녹아들어간 듯한 대사를 하는 주연 배우들과 너무 동떨어진 톤의 대사를 하는 배우들이 극명하게 갈린다. 여기서 배두나의 대사 톤도 너무 어눌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외국인들이 잘 만들어진 한국 드라마라고 볼 경우는 아마 이런 단점을 느낄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볼 때는 아마 상당 부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는 드라마지만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잘 만들어진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다. 넷플릭스를 이용하면서 이런 잘 만들어진 한국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점점 더 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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