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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2. 12:44 - 독거노인

한라산 당일치기 산행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제주도에 도착하니 8시 20분이다. 이 시간이 내가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는 최선의 시간대이다. 한라산으로 바로 가는 버스 시간이 8시 40분이니 나쁘지 않다. 게다가 날씨가 흐릴거라는 일기 예보와는 다르게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다. 

한라산을 마지막으로 등산했던게 십몇년전이었던 것 같다.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QR코드를 찍고 입산 시작하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보통 당일치기 한라산 산행은 9시전에 시작해야 된다고 하는데 나는 9시반이 넘어서 시작했으니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할가 걱정이 된다. 정 안되면 가는 곳까지 가다가 바로 돌아올 생각으로 출발했다. 최소한 진달래 대피소까지는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출발 한다.

한라산은 숲길을 벗어나면서 시야가 확 트이면서 가파른 산길이 시작된다. 가쁜 숨을 내쉬기는 하지만 경치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날씨는 파란 하늘과 구름 낀 하늘을 오락가락 하면서 시시각각 급변한다. 덕분에 풍경의 색깔도 급변하고 단지 그 풍경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없는 나는 안타까울 뿐이다. 

평일인데도 등산객들은 굉장히 많다. 아마 주말이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로 등산길 자체가 막혔을 것 같다. 젊은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고 커플들과 나이드신 어른분들이 줄을 지어서 산을 오르고 있다. 나는 급한 김에 그 등산객들을 앞지르기 바쁘다. 12시전에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한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비슷한 시간대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대피소에서 라면을 팔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다들 그늘에 자리 잡고 앉아 싸온 음식들을 먹는게 다다. 물론 나도 준비해간 샌드위치을 먹고 바로 출발 했다.

한라산 정상은 안타깝게도 운무가 오락가락해서 확트인 시야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백록담은 눈으로 확인 했으니 딱히 기념 사진 같은건 필요 없고해서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관음사 방향으로 처음 내려가는데, 경치가 성판악 코스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백록담의 한 벽면을 보여주는데 외국의 유명 산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록 아름답게 보인다. 관음사 방향은 내리막길이 너무 급해서 그 풍경을 보면서 내려가기에는 위험해서 대충 곁눈질만 하고 내려가는게 아쉽다. 

운이 좋았는지 관음사 입구로 내려오니 제주 대학 가는 버스가 바로 도착한다.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는데,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꽤 오랫동안 햇빛 아래서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을 것 같다. 버스를 3번 갈아 타면서 동문 시장쪽으로 이동했다. 딱히 동문 시장에서 쇼핑을 하거나 뭔가 사 먹을 생각을 한건 아니고 단지 제주도에서 내가 지리를 아는 곳이고 나중에 공항으로 이동하기 편하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다. 동문 시장에서 바닷가쪽으로 나갈려다가 개천이 있어서 개천변에 자리 잡고 앉아 마지막 남은 샌드위치와 맥주를 마시면서 행복했던 하루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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