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22. 4. 18. 19:46 - 독거노인

북한산 숨은벽 코스


https://www.youtube.com/watch?v=4_puAqoanjU 

 

 

북한산으로 가는 701번 버스를 타고 30분 넘게 달렸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북한산 탐방지원센터에서 내리고 몇명 안되는 사람들이 숨은벽 코스를 가기 위한 입구에서 내렸다. 입구에서 올라가는 길이 너무 썰렁해서 순간 길을 잘못 든줄 알았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숨은벽 코스는 나처럼 소심한 사람이 걷기에는 너무 무서운 구간처럼 보였다. 물론 우회로가 있다는 걸 알고 가기 때문에 부딪혀 보고 안될것 같으면 우회로 코스로 갈 생각이었다. 도봉산 구간은 위험하다고 하는 구간은 거의 대부분 우회로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일단 숨은벽 구간 전까지 걷는 산길은 한적하고 소나무가 양옆으로 잘 자리고 있어서 운치가 있다. 그리고 언뜻 보이는 북한산의 우람한 모습은 빨리 올라 가 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마당바위에 도착하니 아래에서 보이지 않던 등산객들이 꽉 차 있어서 그 넓은 바위 위에 어디 한곳 빈곳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앞서 가는 여성 등산객이 출발하는 걸 보고 따라 간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산을 엄청 잘 다시는 것 같아서 나의 길잡이 역활 뿐만 아니라 페이스 메이커 역활까지 해 주시고 있다.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앞서 가시던 분이 바위를 맨손으로 잡고 타고 넘는 걸 보고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나도 같이 타고 넘으니 바위 능선길이 쭉 이어져 보인다. 맞은편에서 오는 분이 스틱 잡고 여유 있게 넘어 오시길래 나도 아무렇기 않게 건널려는 순간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며 중심을 잃을 뻔 했다. 결국 체면이고 뭐고 그냥 네발로 걸었다.

 

숨은벽 능선길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경치가 좋았다. 앞을 보면 거대한 북한산의 3 봉우리가 위엄을 자랑하고 뒷쪽은 쭉 펼쳐진 도심의 풍경이 한숨을 들이쉬고 식은 땀을 닦고 쉬어가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바위 위에서는 쉴곳이 없다. 그냥 계속 전진하는 수 밖에.

 

날이 좋으니 암벽 등반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멋진 광경을 보면서 나도 릿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만 하다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의 돌계단을 오른다. 백운대로 이어지는 길은 다리가 너덜해질 정도로 힘들다. 

 

이번 코스는 북한산의 또 다른 매력을 봤다. 그동안 내가 모르던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에서 참교육 당한 썰  (0) 2022.05.05
북한산 의상능선  (1) 2022.04.23
다시 찾은 천마산  (1) 2022.04.03
퇴근길의 아차산, 망우산  (1) 2022.03.22
관악산, 삼성산 한번에 가기  (1) 202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