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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29. 09:00 - 독거노인

<태백산맥>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한다. 또한 얼마나 많은 댓가를 치뤄야하는가를 우리는 알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 사실들을 외면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역사란 줄기는 커다란 강물처럼 그 흐름이 멈추지 않고 그 외연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결국 서서히 조금씩 변해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민족이 해방이 되고 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 민족적 주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한 독립으로 각기 남북 정권이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북한은 공산주의 정권이지만 항일투쟁을 기반으로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었고, 남한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친미일색의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때부터 남한은 북한에 대한 정통성 컴플렉스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손에 든 무기라고는 "빨갱이"라는 단어뿐. 그 단어가 상징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역사가 증명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염상진과 염상구는 이런 역사적 배경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주체성을 기반으로 민족독립과 다함께 평등한 사회를 열망하는 이상주의자 염상진. 숯장수의 아들이라는 컴플렉스에 차남이기 때문에 당해야했던 무학의 컴플렉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권력과 돈을 힘하나 믿고 추구하는 전형적인 천민자본주의 염상구. 시대의 아픔이면서 이율배반적인 길을 걸어가는 형제의 모습은 이 민족이 겪어야하는 갈등의 기본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벌교라는 전라도 지방을 배경으로 지주계급의 득세. 그 지주 계급은 결국 친일을 통한 천민자본주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저 자신의 재산만 지키면 된다는 지주 계급과 항상 그 밑에서 핍박받고 모든것을 희생해야했던 인민들은 그 시대를 건너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물어 뜯어야 했을 것이다. 그 뻘건 눈에 야수들이 숨을 쉴수 있는 공간은 태백산맥속의 어두운 음지뿐이었다. 그들이 허기와 추위와 총알로부터 하나둘 사라져가면서 꿈꾸던 이상주의적 세상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고통스러웠던건, 인물의 평면적 묘사다. 빨치산으로 변모해가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정신무장화되어 가는 사상적 흐름은 끊임없이 쏟아지는데, 인물의 내면적 갈등이나 성격적 변모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가 없다. 마치 완전무결한 공산주의를 위한 완전한 인간이 탄생하는 과정처럼 보일 정도다. 결국 인물들의 모습은 너무나 편명적이고 교조적으로까지 보인다.

게다가 책의 마무리 단계는 다양한 인물군들에 대한 전개에 비해서는 너무 소극적으로 몇몇 인물들의 이야기만 존재한 상태에서 이야기가 급격히 마무리되어 버려서 전개에 비해서 결말이 너무 힘이 없어보인다. 이러한 것들이 결국 이 책을 미시사적 역사책으로 그 지겨움을 참고 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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