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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4. 15:36 - 독거노인

[인도 코친] 금요일 저녁을 넘어 토요일까지





저 멀리 지평선을 향해 걸어가던 중 잠시 스쳐가는 풍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새벽에 출근한 회사는 4시에 퇴근시간까지 긴장감을 늦출수 없었다. 도망치듯 짐을 들고 회사를 나와서 공항가는 지하철을 타니 모든게 낯설기 시작한다. 공항은 언제나처럼 많은 인파들로 북적이고 나두 그 북적임에 합류하려 하고 있다. 


익숙하게만 느껴지던 이륙상황이 이제는 낯설다. 오랫만에 떠나는 여행에 대한 설레임보다는 낯선 느낌이 더 앞선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인도 아저씨는 컨퍼런스 때문에 미국에 들렸다가 하와이에서 2일간 여행하고 대한항공으로 귀국한다고 한다. 비행기 안에 인도애들이 대부분인게 미국에서 인도로 들어가는 인도사람들 때문이라는걸 새삼 느꼈다. 대한항공이 자국민에게는 비싸지만 외국에서는 탈만한 저렴하고 고품질의 비행기인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승무원들이 굉장히 바뻐진다. 인도인들이 대부분이다보니 특별식을 주문한 사람들이 많아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보니 프린트된 종이 한뭉치를 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옆자리 인도인 아저씨가 이야기한 것처럼 대한항공 승무원들의 친절도는 탑클래스인 것 같다. 


8시간을 날아서 도착한 인도는 새벽 1시다. 이 밤이 언제 끝날지 궁금해진다. 비행기가 데려다 놓은 낯선곳의 시간들은 끝날것 같지 않게 지루하게 이어진다. 


뭄바이의 공항검색은 국제선보다 국내선이 더 엄격하다. 뭄바이 폭탄테러의 영향인지 짐을 일일이 다 검색하고 통과하는 문마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국제공항에서 국내공항으로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서 편하게 이동했다. 하지만 국내공항으로 들어서는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시골 역에 들어선듯한 느낌이다. 모든게 인도스럽게 변하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국내청사에 있는 에어인디아에서는 내 비행기가 취소됐고 다른 비행기로 대체해준단다. 어차피 같은 시간이니 상관없지 않냐는 것이다. 하지만 비행시간은 1시간이 더 길다. 


새벽이 오자 배가 고프다. 70루피를 내고 처음으로 인도식 음식을 먹는다. 공항식답게 가격은 비싼거겠지만 그럭저럭 배는 채웠다. 국내선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나는 24시간을 깨어 있었다.





에어인디아의 여승무원 복장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되었다. 인도 전통복장을 변형한 것 같은데 화려한 색깔과 라인을 들어내는 방식은 가히 충격적이다(우리가 생각하는 S라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만큼 서비스는 굉장히 도도하다. 아니 무뚝뚝에 가까운 태도다. 자기들끼른 웃으면서 이야기해도 승객들에게는 절대 안웃는다. 심지어 퉁명스럽기까지 하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눈이 따갑다. 게다가 공항 밖에서 아우성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나가기가 두렵다. 하지만 막상 나가니 아무도 날 잡지 않는다. 여행기에서 그렇게 읽었던 호객 행위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알고 있던 에어컨 버스를 타고 코친항으로 출발.


창밖의 풍경은 너무 익숙하다. 아니 낯선 공간으로 데려다준 비행기의 효과가 없어서 그런지 낯설다는 느낌보다는 나는 지금 너무도 익숙한 공간속으로 다시 돌아와 있는지 모르겠다. 여기가 내가 있어야할 곳이다. 진초록색의 땅과 눈이 부셔 하늘을 볼 수 없는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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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에 도착하자 그렇게 꿈꾸던 인도의 시골 동네에 들어선 느낌이다. 하지만 방향 감각은 없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짜이 한잔을 길거리에서 마시면서 앉아 있다가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 나섰다. 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하고 차이나식 그물망이 있는 자리의 해변은 지저분하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원래 묵을려고 했던 숙소를 물으니 자기 부모가 하는 숙소가 있는데 더 싸고 좋다고 거기 가보라고 한다. 어차피 목표가 있었던게 아니니 순순히 따라갔다. 나쁘지 않아 바로 2일 묵기로 하고 250루피에 합의 봤다. 너무 피곤해서 바로 잠을 청했다.


눈을 떴는데 아직도 날은 뜨겁고 몸은 무겁게 늘어진다. 하지만 하루를 잠으로 메울 수 없지 않는가. 숙소에서 파는 카타칼리 공연표를 사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숙소에서 나와 동네를 구경하니 전형적인 시골동네 느낌이다. 동네 공원에서는 애들이 크라켓에 열광하고 길거리는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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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에 하는 공연을 보러가니 달랑 한줄을 메운 관객이 전부다. 그래도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서 공연을 펼친다. Devil을 상징하는 검은 분장은 흑인여자를 생각나게 한다. 이 공연이 만들어졌다는 17세기를 생각하면 아마 유럽인들을 통해서 흘러들어온 흑인에 대한 인식이 그 공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굉장히 음산하고 공포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케릭터다. 


원래 6시간짜리 공연이지만 관광객들을 위해서 1시간짜리 요약본이 공연된 공연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길거리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포트쪽으로 가니 활발한 분위기다. 길거리 노점에서 25루피에 간단하게 요기하고 가판대의 꼬마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좀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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