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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6. 09:00 - 독거노인

[인도 코친]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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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뜨니 6시반이다. 여행을 오면 새벽에 눈떠지는건 습관인지 아니면 현지 시간차에 적응못해서 인지 모르겠다. 아침 일찍 눈을 떴으니 할일이 없다. 그냥 습관처럼 포트 코치 해변쪽으로 걸아간다. 일요일의 새벽거리는 한국이나 인도나 비슷하다. 한산하고 한적한 느낌의 거리를 걸어서 어제 짜이를 마셨던 노점상에서 다시 짜이를 한잔 마신다. 

 

 오늘부터는 뭘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명한건 다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백워터(Back Water)투어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숙소에서도 신청을 받지만 에르나쿨람의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신청 받는다고 한다. 혹시 더싸지 않을까 해서 찾아가보기로 했다. 에르나쿨람으로 가는 페리 선착장으로 걸어가서 3루피하는 티켓을 끊고 보트를 탔다. 한 15분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배도 한산하다. 포트 바로 앞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는데 8시가 다되었는데 아직 문을 안열었다. 할일은 없고 그 주변을 배회한다. 노점상에서 수박쥬스 10루피에 한잔 사 마시고 멍하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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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반에 오픈한 인포메이션 센터는 하루짜리 투어만 가능하다고 한다. 분명 정보상으로 커널투어만도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안된다고 하니 숙소에서 파는 가격과 동일한 650루피에 투어 신청을 했다. 출발하는 봉고를 잡아타고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모으러 시내 한바퀴를 돈다. 

 

 투어에 참석하는 여자애가 한국여자 같아서 내릴때 혹시 한국사람인지 물었더니 일본사람이다. 영어도 잘하고 일본애답지 않게 외향적이다. 투어인원은 11명인데 그중 인도 가족이 5명이 한자리를 차지한다. 1시간 넘게 돌고 돌아서 하우스보트 투어 장소에 도착했다.

 

 하우스 보트야 말이 하우스보트지 그냥 현대식 보트에 겉모습과 쌀집단으로 덮어높은 수준이다. 배를 운전하는 사람의 6살짜리 꼬마애가 손님들의 시중을 거든다. 챠이를 나르고 의자를 배열한다. 수줍어서 눈도 잘 못마주치면서 자기 할일은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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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출발하여 강한가운데로 나가자 햇살이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뜨거운 햇살에 늘어진 몸둥이는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에 넓게 퍼진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을 통과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섬들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1시간정도 천천히 유람을 했다. 딱히 볼것이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한가로운 시간이 주는 떨쳐버릴 수 없는 만족감은 뭔지 모르겠다. 단지 바쁜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는 것 자체가 주는 행복감인지 투어가 주는 행복감인지 모르겠다.

 

 가이드의 목소리가 오히려 한가로움을 방해하는 소음처럼 들린다. 한시간정도 흘러다니던 배는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전형적인 패키지 투어가 시작되나 걱정했는데, 그냥 마을 소개와 야자수 발효 술을 먹어보라는 권유정도 밖에 없다. 가이드는 여기서 1시간 정도를 열대 식물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시간을 데웠다. 난 화장실이 급해서 그룹으로부터 빠져나와 배에 다녀왔다. 다시 마을로 들어가던중 아침겸 점심을 먹고 있는 마을 청년들을 발견했다. 그런데 나보고 한잔 마셔보라고 따라준다. 맛은 달콤한 쥬스같으면서 약간 막걸리 맛도 느껴진다. 

 

 다시 배가 출발하자 아까 마을에서 마시기로 했던 코코아술을 가이드가 사람들에게 돌리기 시작한다. 한병당 50루피를 받으면서 맛을 보라고 돌리는데 난 이미 마셨다고 건너뛰었다. 

 

 점심은 배가 출발했던 장소로 돌아와서 간단한 커리와 밥으로 떼웠다. 아까 그 꼬마가 여전히 시중을 들고 달콤한 쌀국수 같은 후식까지 제공한다. 나름 괜찮은 점심이었다.

 

 오후는 커널투어다. 수로가 연결되어 있는 마을로 가서 뱃사공이 젓는 나룻배를 타고 마을 사이를 누비는 투어다. 한낮의 뜨거움을 피해서 그늘이 진 수로속을 탐험하니 마치 밀림속으로 탐험을 떠나는 원정대 같은 느낌이다. 수로들 양 옆으로 띄엄띄엄 인가들이 있고 사는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그대로 들어난다. 어떤 애들은 수로에서 멱을 감고 있고 어떤 아낙들은 빨래를 하고 있다. 

 

 가이드는 15년동안 이 일을 하고 있단다. 15년동안 변한것 하나도 없고 지루한 삶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그 단조로움이 부럽게 느껴진다. 바쁜 일상을 단조롭게 유지하느냐, 한가로운 일상을 단조롭게 유지할것인가 선택할 수 있다면 말이다. 사실 이 투어는 지금까지 내가 다녀본 동남아 투어중 최고였다. 진기한것도 신기한것도 없는 단조롭기만 한 투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고 한가로움을 그대로 즐길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결코 심심하지 않은 시간들을 만들어준 투어다.

 

 2시간정도의 수로 여행을 마치고 어느 집으로 올라섰다. 여기서 차이 한잔씩을 마시면서 그 집에서 파는 관광 상품을 구경했다. 별로 특이한것도 없고 구미를 당기는 것도 없는 소박한 상점이다. 

 

 투어를 마친 우리는 페리포트가 있는 곳에 버려졌고, 나는 바로 포트코치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바로 샤워를 마치고 어제 노닥거리던 어린 친구들을 찾아서 해변쪽으로 가니 Froz가 반갑게 맞이 한다. Froz가 추천하는 생선을 구입해서 그가 일하는 식당에서 구워 저녁을 떼웠다. 저녁을 마치고 애들하고 조금 노닥거리다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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