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2012. 6. 8. 09:00 - 독거노인

[인도 코친] 화요일


비싼 방에 침대는 코치의 싸구려 침대보다 훨씬 불편했다. 잠자리 가격도 2배 불편함도 2배다. 날씨는 잠자기 좋은 조건인데 결국 허리 아퍼서 뒤척이다 새벽에 눈을 떴다. 일단 숙소 앞의 가게에 가서 챠이 한잔을 마시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가게 앞에 보이는 숙소 뒷편의 차밭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데로 걸어가다보니 차밭안쪽 길로 이어진다. 길은 차밭을 따라서 구불구불 이어지고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길이다. 천천이 걸으며 아침공기의 상쾌함과 차밭에 내려 앉은 차분한 아침 이슬들을 구경한다. 


012345678910


반대편 산 정상은 구름이 그 모습을 덮었다 들어내줬다를 반복 한다. 1시간정도 걷는데, 행복감이 밀려온다. 걷던 길을 되돌아서 내려오니 바로 숙소로 이어진다. 숙소에 들어와서 씻고 9시에 만나기로 한 택시 운전수를 기다린다. 9시가 넘어서도 운전수가 안나타난다. 분명 바람 맞은거든지 다른 고객이 생겼던지 일거 같아서 무나르 타운으로 들어갈까 고민중인데 9시반이 되서 다른 운전수가 대신 나타났다. 원래 만나기로 했던 운전수의 친척이라는데, 아마 하루짜리 투어가 생겨서 대신 다른 동료를 보낸것 같다. 


오늘 하기로 했던 투어는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약간의 등산을 하면서 산을 구경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약식 트랙킹 버전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했다. 일단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자 표를 사기 위한 줄이 정말 몇백미터 이어져 있다. 전부 인도인들인데, 입장료 250루피나 지불하면서 산을 볼 인도인들이 이렇게 많다는거에 놀랐다(나중에 가이드북을 보니 인도인들은 입장료가 15루피였다). 30분정도 줄을 서 있으니 운전수 조이가 나를 부른다.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바로 표를 끊어준다. 


조이 덕분에 표를 사고 국립공원 셔틀 버스를 타고 산 정상으로 향한다. 산을 오르는 버스 왼쪽으로 차밭이 펼쳐진다. 어딜가도 보이는 차밭이 정겹게 느껴진다. 이런곳에서 일정없이 몇일 아니 몇달쯤 쉬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하지만 현실은 시끄러운 인도인들의 소음과 힘겨워 하는 버스의 엔진 소리가 전부다. 

  

01234


버스가 내려준 곳에서 바라본 산 정상은 상당히 위압적이다. 마치 엔셀아담스가 담아놓은 사진의 한장면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산을 오르는 길은 전부 아스팔트 길이다. 산을 오르는 길에 중간중간 붙어 있는 안내문에 나오는 산양은 실제 길을 걷다보니 관광객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그 모습을 여기저기서 들어낸다. 사람이 위협이 안된다는걸 알아서 그런지 사람이 접근해도 도망치지 않는다. 길을 따라서 20분도 안걸었는데, 군인이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알려준다. 이 이상부터는 타타그룹 소유라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다고 한다. 타타그룹이 대단한걸 여기서 실감한다. 


생각보다 짧은 코스에 실망하고 내려왔는데, 다시 셔틀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정도 걸린다. 그 사이에 산밑으로 몰려왔다 밀려가는 구름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온도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느껴진다. 


택시 운전수가 기다리는 입구에 다시 오니 줄은 여전히 길게 늘어져 있다. 운전수가 여기까지 왔으니 14킬로정도만 더 가면 있는 폭포수 보고 가지 않겠냐고 꼬신다. 천루피 내면 가겠다는데, 여기까지 500루피였는데, 너무 비싸다고 돌아가겠다고 하니 실망한 눈치가 역력하다. 게다가 지금 올라간 산에서 폭포수를 같이 봤어야하는데, 나는 폭포를 본적이 없다. 물이 말라서 폭포가 없어졌거나 아니면 너무 작아서 안보였을거다. 운전수는 돌아오는 동안 말이 없다. 아무래도 500루피짜리 투어가 맘에 안들었나보다(500루피가 가이드북에 나온 현지인 가격이다).


택시 기사가 맛있다고 내려준 식당은 가이드북에 나온 Rapsy 레스토랑이다. 여기서 점심을 현지인처럼 먹고 뭘할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오토릭샤로 투어를 해 보기로 했다. 어제 동네 산책할때 삐끼질하던 릭샤 기사가 들고 있던 팜플렛에는 가는 곳의 거리가 다 나와 있었다. 거리가 나오면 대략적인 가격은 나오니 바가지는 안쓸것 같다.   


팜플렛에 커피나무 구경할 수 있다는 곳이 있길래 거기까지 100루피에 가기로 했다. 거리는 생각보다 짧은데 언덕길을 오를때 탁트인 전망사이로 보이는 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아침에 올랐던 산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멀리서 바라보는 산정상의 모습이 또 다른 감탄사를 나오게 한다. 


012345678910111213141516


오토릭샤가 도착해서 보여준 커피나무는 그냥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란 것이었다. 내가 원하던 커피나무 재배지가 아니었다. 운전수는 이나무 저나무 설명해주면서 10분정도 걷다가 10분정도 혼자 산책하고 싶으면 하고 오란다. 나 혼자 조금 걷다가 운전수가 데리러 오는 오토릭샤 타고 다시 마을로 출발했다. 막상 운전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본 장소가 뷰포인트에 spice, 커피나무 코스를 다 본것이라고 한다. 이제서야 느낀게 브로셔가 보여주는 관광포인트는 인도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만든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으로 보면 안될것 같다는 것과 무나르가 외국인들보다는 현지인들 관광지라는걸 새삼 느꼈다.


숙소에서 내려 낮잠으로 피곤함을 좀 달래주고 다시 무나르 타운으로 갔다. 이제부터는 정말 할일이 없다. 시간도 4시를 넘어서 어딜 가기도 애매하다. 무작정 무나르 타운 안을 걸어다니기에도 너무 좁은 마을이다. 결국 차박물관 가는 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차 박물관은 이미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고 그냥 가는데까지 가볼려고 했는데, 막상 길을 걷다보니 길 건너편의 차밭이 보인다. 


차밭으로 들어가니 부슬비가 내린다. 부슬비 내리는 차밭 한가운데는 인적이 없어서 약간 무섭기도 하지만 나름데로 운치가 있다. 차밭에서 내려다 보이는 차밭 안의 집들은 인기척이 없다. 무작정 걷는게 이럴때는 좋을때가 있다. 길은 무나르 병원으로 이어져서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결국 Rapsy가서 저녁을 먹고 길을 좀 방황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배는 부르고 일찍 잠들려니 소화가 안되는 것 같아서 숙소앞에 나왔다가 힌두 사원에 올라갔다. 사원 안에서 사제가 나를 부른다. 어제 아침에 나를 봤다며 반갑게 맞아준다. 친구가 사제로 있는 사원인데 친구가 어딜 가는 바람에 자기가 잠깐 와서 봐주는거란다. 이 사제는 의외로 박식하다. 한국의 그룹 이름들도 잘 알고 있고 인도 현실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그 사제 이야기로는 무나르 일대가 타타그룹 소유라고 한다. 그리고 켈랄라 주는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어서 노조가 강성이고 기업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곳이라고 한다. 덕분에 재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앞 디저트 카페가 문을 닫았다. 매일 사 먹을걸 기대했었는데, 배는 불러도 아쉽다.

'여행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 코친] 목요일  (0) 2012.06.10
[인도 코치] 수요일  (0) 2012.06.09
[인도 코친] 월요일  (0) 2012.06.07
[인도 코친] 일요일  (0) 2012.06.06
[인도 코친] 금요일 저녁을 넘어 토요일까지  (2) 2012.06.04